美정치권 막후 협상마저 실종… 정부폐쇄 ‘폭풍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공화 “민주, 고의로 셧다운 몰아가” “시행 3년 넘은 법, 유예 말도 안돼”
클린턴 前대통령, 오바마 지원 사격…WP “워싱턴서만 하루 2억달러 손실”

2014회계연도(1일∼내년 9월 30일)의 시작을 하루 앞둔 30일 미국 수도 워싱턴은 ‘폭풍 전야’ 그 자체였다. 하원이 지난달 29일 새벽 건강보험 개혁안(오바마케어) 1년 유예안을 가결해 상원에 넘겼지만 상원은 30일 정오까지 이를 처리하지 않았다. 공식과 비공식을 막론하고 정치권의 협상은 실종됐다. 일시적 정부 폐쇄(셧다운)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워싱턴 지역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시적 정부 폐쇄의 책임을 짊어지고 오바마케어 공격의 선봉에 선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 의장은 지난달 29일 “상원 지도부가 30일 오후까지 일하지 않고 빈둥대겠다는 것은 기막히도록 오만한 행동이다. 고의로 미국을 정부 폐쇄로 몰아가고 있다”며 임박한 정부 폐쇄의 책임을 민주당과 상원에 넘겼다.

상원 내 공화당 강경파인 테드 크루즈, 랜드 폴 의원 등도 각종 TV 시사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해 “공화당은 정부 폐쇄를 원하지 않는다”며 “오바마케어는 일자리를 없애고 정부 재정을 고갈시킬 것이다. 정부는 국민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쪽에서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지원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달 29일 ABC방송의 ‘디스 위크’에 출연해 “오바마케어를 연기하거나 유예하면 안 된다. 이미 시행한 지 3년이 넘은 법이고 1일이면 보험 의무 가입을 위한 전 국민 등록이 시작된다. (1년 연기하자는) 공화당의 주장은 성공할 가망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부채 상한을 증액하는 것은 정치적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공화당을 공격했다.

예산안 처리 시한인 30일 오후 민주·공화 양당이 막판 절충에 성공해 상·하원 합의로 예산안이 통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부 폐쇄의 책임이 공화당 측에 더 있다는 결과가 나오자 정치적으로 밑질 것이 없다는 태도다. 최근 CBS방송과 뉴욕타임스 공동 여론조사 결과 정부 폐쇄 책임이 공화당에 있다는 응답이 44%로, 백악관과 민주당에 있다는 35%보다 많았다. 양측에 공동 책임이 있다는 응답은 16%에 불과했다.

워싱턴포스트는 30일 일시적인 정부 폐쇄가 당장 미국 경제 전체에 위협이 되지는 않겠지만 연방정부가 모여 있는 워싱턴 지역에서는 70만 명의 연방공무원에게 영향을 줘 하루 2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역 경제학자의 추산을 인용해 보도했다.

스티븐 풀러 조지메이슨대 지역분석센터 소장은 “전체 경제는 정부 폐쇄 후 3, 4주까지는 큰 영향이 없겠지만 워싱턴 지역에는 당장 지진해일(쓰나미)이 몰려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스미스소니언박물관과 국립동물원 등이 문을 닫아 워싱턴 지역 경제의 핵심인 관광산업이 지장을 받을 경우 피해는 더 커질 것이라고 풀러 소장은 지적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클린턴#오바마 케어#미국 정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