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4일 제68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중동 외교에 돌입했다. 최근 이란 핵개발, 시리아 화학무기 참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 등 3대 이슈에서 외교적 성과를 거둔 오바마 행정부는 중동 문제의 돌파구 마련을 기대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3일 보도했다.
최대 관심사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의 전격적인 회동이다. 두 정상이 만나면 1979년 이란 테헤란의 미국대사관 직원 억류 사건 이후 34년 만의 첫 양국 정상 회동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이란과의 핵협상에 긍정적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후 로하니 대통령도 핵협상에 나설 용의가 있음을 밝히는 기조연설을 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이란의 핵 포기와 개혁개방이 임박한 실질적인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로하니 대통령이 18일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핵무기를 비롯해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추진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점을 꼽았다. 또 이란 최고 실권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영웅적 관용”을 강조하며 서방과의 협상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고무적이라고 진단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이번 주 후반 유엔에서 유럽연합(EU) 주재로 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 독일, 이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P5+1’ 회의에서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과 회동한다.
시리아 화학무기 제거 및 케리 장관의 중재로 진행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도 이번 유엔총회의 주요 이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팔 협상을 위해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시리아 난민 사태 해결을 위해 미셸 술레이만 레바논 대통령과 각각 양자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WP는 “외교적 해법을 중시해 온 오바마 대통령이 모처럼 만난 3대 외교적 기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한편으로는 이란, 시리아가 신뢰하기 힘든 국가임을 감안해 협상 성과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메넨데즈 미 상원 외교위원장과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23일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목표를 재확인하고, 이란은 검증 가능한 행동으로 핵협상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유엔에 대한 신뢰 회복 메시지를 보내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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