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가톨릭’ 바티칸을 구원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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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23일 브라질로 첫 해외 나들이… ‘즐거운 가톨릭’서 비전찾을지 주목

‘삼바 가톨릭’이 흔들리는 가톨릭계의 구원투수가 될까.

각종 추문으로 얼룩진 바티칸이 교황의 브라질 방문을 개혁과 변화의 계기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뉴스위크지 최신호는 “바티칸의 성추문과 부패로 가톨릭은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며 “교황은 브라질 특유의 가톨릭 문화에서 바티칸 재건의 비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은 23∼29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가톨릭 세계청년대회에 참석한다. 이 대회는 2, 3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세계적 가톨릭 축제. 특히 이번 방문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해외 나들이여서 주목받고 있다. 교황이 브라질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배운 것을 개혁에 활용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세계 최대 가톨릭 국가인 브라질은 현재 가톨릭 부흥을 실험 중이다. 1990년대 이후 줄어드는 신자의 마음을 붙들기 위해 엄숙주의를 벗고 ‘즐거운 가톨릭’을 지향해 왔다. 그 중심에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가수, 영화배우로 유명한 마르셀루 호시 신부가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활동해 온 그의 설교는 콘서트를 연상케 한다. 록 스타일의 밴드 음악에 맞춰 에어로빅을 추고 방청석에 물을 뿌린다. 그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신자들은 두 팔을 번쩍 든 채 발을 구르며 환호한다. 호시 신부는 “가톨릭은 4세기 정도 뒤처져 있다”며 “신자의 마음을 얻으려면 즐거움을 무기로 먼저 다가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톨릭 내 보수파의 시선은 곱지 않다. 2007년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브라질을 방문했을 때 가톨릭 간부들은 호시 신부가 교황 근처에 가는 것을 금지했을 정도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남미 출신인 데다 소탈한 성격으로 알려진 프란치스코 교황은 ‘삼바 가톨릭’에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번 방문에서 교황은 신자와 직접적인 소통을 위해 방탄차를 타지 않기로 했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치안이 우려되는 상황임에도 방탄차 탑승을 거부한 것이다. 1981년 성 베드로 광장에서 요한 바오로 2세가 저격당한 뒤 교황은 외부 방문 때 늘 방탄 벤츠를 이용해 왔다.

폐쇄적인 이미지를 벗기 위한 바티칸 스스로의 노력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바티칸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가톨릭계 소식을 적극 알리기 시작했다. TV, 휴대전화, 컴퓨터로 세계청년대회 방송을 시청한 신자에게는 ‘전대사’(이전의 죄까지 면제받는 것)를 내리기로 했다. 현대판 ‘면죄부’를 SNS로 제공하는 셈이다.

대중문화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바티칸에서 발간하는 일간 로세르바토레로마노는 최근 영화를 활용한 연재물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5일에는 슈퍼맨과 배트맨 같은 영웅의 가톨릭 정체성을 논하는 기사를 전면으로 다루기도 했다. 젊은 감각을 사로잡기 위한 몸부림이다.

22일 브라질에 도착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25일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대규모 미사를 집전하는 등 각종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을 만나고 빈민촌과 리우데자네이루의 산 정상에 있는 거대 예수상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설·최지연 기자 snow@donga.com
#가톨릭#바티칸#브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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