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형제단 일제 검거령… 라마단 정국 대치고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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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카이로… 김영식기자 6信
이슬람세력 과도내각 참여거부에 임시정부 ‘당근-채찍’ 양동작전
美국방부 “수주내 F-16 4대 전달”… 쿠데타 규정않고 계속지원 뜻 밝혀

이집트 임시정부가 과도내각 참여를 거부하는 무슬림형제단 등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 세력에 대한 본격적인 압박에 나섰다.

이집트 검찰은 무함마드 바디에 무슬림형제단 의장에 대한 체포 명령을 내렸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10일 보도했다. 바디에 의장은 8일 카이로 공화국수비대 앞에서 군의 발포로 51명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 시위대가 군인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도록 선동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무슬림형제단이 임시정부 참여를 거부한 뒤에 나온 것이다. 이슬람 세력을 압박하여 임시정부 동참을 이끌어 정국을 안정시키려는 조치의 하나로 풀이된다.

검찰은 또 무슬림형제단이 창당한 자유정의당의 엣삼 엘에리안 부대표와 무함마드 엘벨타지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용의자 646명 가운데 446명을 풀어주고 200명을 조사 중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이집트군은 무장 시위대가 먼저 공격함으로써 군의 발포를 유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르시 지지자들은 기도하고 있던 이들을 향해 이집트군이 먼저 발포했다고 맞서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은 무르시 지지자가 먼저 발포했다는 증거로 이집트군이 8일 기자회견에서 제시했던 동영상은 밝은 곳에서 촬영된 것이지만 실제로 군이 공화국수비대 앞에서 발포했던 시간에 촬영된 화면에서는 어둠이 깔려 있었다고 11일 보도했다.

한편 미국 의회가 원조 재검토를 요구하는 가운데 미 국방부 관리는 F-16 전투기 4대를 향후 수주 내에 이집트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NYT가 보도했다. 이는 미 정부가 이번 사태를 ‘쿠데타’로 규정하지 않고 현 임시정부를 인정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결정으로 미 정부는 15억 달러(약 1조6842억 원)에 이르는 이집트에 대한 군사·경제적 원조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F-16 전투기 20대를 전달하기로 2009년 이집트와 합의했다. 8대는 올 1월 전달했고, 나머지 8대는 올해 말에 전달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이 이집트 국민의 반미(反美) 감정을 누그러뜨릴지는 알기 어렵다. 2011년 혁명 이후 지난해 무르시가 집권하자 미국이 이집트 역사상 첫 민주선거로 집권했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에 실망했던 무르시 반대파는 현재까지 타흐리르 광장에서 반미 구호를 외치고 있다. 무르시 지지층도 미국이 이집트 군부의 개입을 쿠데타로 규정하지 않고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비난하고 있다. 미국이 무르시 지지파와 반대파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카이로=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무슬림형제단#라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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