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보금리 이어 환율까지 조작? 글로벌 금융계 대형 악재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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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銀 딜러들 10년 이상 환율 조작”
블룸버그-FT 보도… 英당국 조사 착수

글로벌 대형은행이 10년 이상 환율을 조작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돼 국제 금융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형 은행들이 리보(LIBOR·런던 은행 간 금리) 조작 사건 조사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환율 조작까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금융보호청(FCA)이 환율 조작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면서 씨티그룹과 도이체방크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블룸버그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글로벌 대형은행들이 최소 10년간 현물 외환시장에서 ‘WM/로이터환율’을 조작해 왔다고 시장 관계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1994년 도입된 이 환율은 외환시장에서 기준 환율로 사용돼 왔다. 이 환율은 전 세계 160개 통화에 대해 한 시간 단위로 발표되며 발표 시간 60초 전에 거래된 가격의 중간값이 매 시간 새로운 환율로 정해진다. 블룸버그는 대형은행의 딜러들은 이 60초 사이에 집중적으로 매매 주문을 넣는 방식으로 환율을 조작해 이익을 극대화했다고 전했다. 이런 식으로 조작되는 환율이 시장 전체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이런 작은 거래가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는 것. 현재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도이체방크(15.2%), 씨티그룹(14.9%), 바클레이스(10.2%), UBS(10.1%) 등 4개 은행이 전체 거래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작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시장 관계자의 증언이 엇갈린다고 FT는 전했다. 한 투자자는 “환율이 리보와는 달리 시장이 훤히 들여다보이고 모두가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리보처럼 조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익명의 전직 외환 딜러는 “내 경험으로 볼 때 환율이 결정되기 직전에 조작과 관련한 거래가 이뤄진 것은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또 조작 사실을 밝혀내더라도 혐의자들을 법적으로 기소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런던 소재 법률회사 베이커매킨지의 애런 스리바스타바 파트너는 블룸버그에 “리보 조작과 달리 환율은 현행법상 금융 상품으로 규정돼 있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리보 조작보다 이번 사태의 여파가 훨씬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규모로는 외환시장이 글로벌 금융시장 가운데 최대 수준이기 때문이다. 외환시장의 일평균 거래 규모는 약 4조7000억 달러(약 5327조 원)이며 현재 이 환율을 토대로 평가되는 펀드의 자산 규모도 약 3조6000억 달러에 이른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리보금리#환율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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