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상원의원 3명, 로비 함정취재에 딱걸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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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가장한 취재진에게 금품 요구

영국 상원의원 3명이 금품을 대가로 민간 기업을 위한 로비에 나서려 했다는 의혹이 폭로돼 정가에 파문이 일고 있다.

2일 선데이타임스에 따르면 노동당의 잭 커닝엄과 브라이언 매켄지, 얼스터연합당의 존 레어드 의원은 기업인을 가장해 접근한 이 신문의 취재진에게 로비 활동을 약속하고 금전적 대가를 요구한 것으로 각각의 동영상에서 드러났다.

토니 블레어 정권에서 농업장관을 지낸 커닝엄 의원은 한국의 태양광·에너지 기업 관계자로 신분을 속인 취재진이 월 1만 파운드(약 1720만 원)에 의회활동 지원을 요구하자 1만2000파운드를 요구했다. 커닝엄 의원은 각종 리셉션 개최를 통해 3개 주요 정당 중진들과 만남을 주선하고 동료 의원을 동원해 입법 활동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 간부 출신인 매켄지 의원은 로비를 위한 행사 주선 요청에 직무상 연관성이 없는 동료 의원을 통하면 가능하다고 응답했다. 레어드 의원은 취재진이 요구한 의안 논의 및 법 개정 작업을 수락한 것으로 드러나 이날 당 원내총무직에서 사퇴했다.

보도가 나온 뒤 커닝엄 의원은 “어떤 계약도 맺지 않았으며 오직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며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매켄지 의원은 “불법을 저지른 게 없다”고 말했다. 레어드 의원은 “기자들이 저지른 사기의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앞서 보수당 원내총무인 패트릭 머서 하원의원은 피지의 이권단체를 가장해 취재에 나선 BBC 파노라마팀으로부터 피지의 영연방 회원국 지위 복권을 위한 로비 대가 착수금으로 4000파운드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지난달 31일 의원직에서 사퇴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영국 상원의원#로비 함정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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