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對)홍콩 수출이 올해 들어 70% 가까이 급증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수출을 가장한 핫머니(단기 유동성 자금)가 유입됐다는 관측이 나오는 등 위안화가 국제 환투기 세력의 주요 대상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중국 해관(세관)과 KOTRA 베이징(北京)무역관에 따르면 올해 1∼4월 중국 수출 총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4% 늘었다. 유럽연합(EU)은 0.9% 줄었고 미국은 5% 상승에 그치는 등 주요 시장에 대한 수출 실적은 부진한 반면 홍콩은 69.2% 증가했다. 총 수출액도 홍콩이 1450억7000만 달러(약 158조1263억 원)로 1위를 차지했다.
홍콩은 중국의 수출 중계기지로 전체 수출량의 75%가량이 EU나 미국 등 외국으로 나간다. 홍콩으로의 수출만 급증하는 기현상이 발생한 것에 대해 무역 결제를 가장한 국제 투기성 자금이 홍콩을 경유해 중국으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위안화 환전이 자유로운 홍콩으로 핫머니가 들어온 뒤 이 돈이 수출대금 형태로 중국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것.
중국에서 홍콩으로 수출된 품목도 시계 부품(1∼2월 1592% 증가), 전자기판(465.4%) 등 무게가 가벼워 운송비가 싼 제품 위주로 크게 늘었다. ‘위장 수출’에 필요한 부대 경비를 줄이겠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밍(明)보는 이날 “해외 수요가 부진하고 임금 등 원가 상승 때문에 중국 수출 기업들이 고전하고 있는데도 수치로는 수출이 늘어난 것으로 나온다”며 “진짜 수출은 거의 안 늘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 1분기(1∼3월) 홍콩을 뺀 총 수출 규모는 지난해보다 4% 줄었다.
무역 대금을 가장한 핫머니 유입은 위안화 가치의 변화에서도 추정할 수 있다. 8일 달러당 위안화 가치는 6.1980위안(약 1100원)으로 2005년 7월 이후 처음 6.1위안대에 진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상 전문가는 “위안화 가치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한 투기성 자본이 외환거래가 제한된 중국 본토 대신 홍콩을 거쳐 세탁되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도 긴장하고 있다. 국가외환관리국은 6일 다음 달부터 외환 거래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경고가 나온 뒤에도 사흘 연속 위안화 환율이 하락(위안화 가치 상승)하는 등 정부의 ‘말발’이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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