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서 만난 외교안보라인… 韓올빼미파 - 美대북관망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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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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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닐런 안보보좌관
도닐런 안보보좌관
한국의 ‘올빼미파’가 미국 ‘대북 관망파’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간 첫 정상회담에서 얼굴을 맞댄 양국 외교안보 라인의 상견례 관전 포인트다.

미국 측 참모들은 대북 강경파도 대화파도 아닌 ‘대북 관망파’로 불리곤 한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과의 양자 대화를 몇 차례 시도했지만 잇단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낭패감이 크다. 북한을 어떻게 다룰지 몰라서 관망하며 박근혜정부의 대북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미국 외교 라인을 상대해야 하는 한국의 외교 참모들은 ‘올빼미파’를 자처해 왔다. 매파의 강압전략과 비둘기파(온건파)의 대화전략 중에서 장점만 취하는 제3의 전략을 취하겠다는 의미다.

한국 올빼미파는 미 대북 관망파의 북핵과 북한 문제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려 최적의 해법을 함께 찾아 실천하도록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 측에서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 주철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 김형진 외교비서관과 문승현 북미국장이 배석했다. 임성남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김홍균 국제협력비서관 등도 동행했으나 이들은 공식 수행단 리스트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 측에선 토머스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보좌관과 대니얼 러셀 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윌리엄 번스 국무부 부장관, 조지프 윤 동아태 담당 차관보 대행, 제임스 줌월트 선임차관보 등이 나왔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현재 러시아를 방문하고 있어서 불참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한국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미국 측 외교안보 라인은 대부분 오랫동안 한반도와 동북아 문제를 다뤄온 전문가들이다. 리더형보다는 참모형이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 수석의 카운터파트인 도닐런 국가안보보좌관은 국무장관 후보로도 거론됐던 실세 인사로 정치 감각이 뛰어나고 상황 판단이 빠른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해 한국과 미사일 사거리 연장 협상에 나서 날 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장관급인 그의 카운터파트로는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더 맞는다는 지적도 있다.

러셀 선임보좌관
러셀 선임보좌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자리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러셀 선임보좌관은 오바마 1기 행정부 때부터 백악관에서 외교안보 현안을 다루면서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사건과 두 차례의 북한 핵실험을 모두 다뤘다. 한국 측 인사들과도 두루 친하다. 특히 김형진 외교비서관과는 그가 워싱턴에 근무할 당시 매일 통화하다시피 할 정도로 긴밀히 의견을 조율하며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승현 국장과 그의 맞수 격인 줌월트 선임차관보는 이번 정상회담의 일정, 의제, 의전 등 실무 전반을 맡아 집중적으로 호흡을 맞췄다. ‘한미동맹 60주년 공동선언’ 문구 등은 마지막까지 조율 작업을 계속했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문 국장은 거의 한 달간 밤을 꼴딱 새우고 일하는 근무 패턴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덕수 전 주미대사 밑에서 공사참사관을 지내며 쌓은 워싱턴 내 탄탄한 인맥을 자랑하는 그는 이번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북미국장 자리로 승진해 주목받았다. 줌월트 선임차관보는 국무부 일본과장과 주일본 대사관 공사를 지낸 ‘저팬 스쿨’ 멤버지만 최근 한국을 수시로 드나들며 한반도 현안 연구에 집중해왔다고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 측 인사들은 대부분 오랫동안 북한을 다뤄온 경륜의 소유자들이지만 그만큼 피로감과 실망감도 누적된 상태”라며 “한국의 외교안보 담당자들이 이들에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평화협력 구상을 이해시키고 북한 문제 해결에 다시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동력을 불어넣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워싱턴=이재명 기자·신석호 특파원 lightee@donga.com
#외교안보#정상회담#한미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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