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처 마지막 길, 포클랜드 전쟁 영웅들이 동행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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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부대원-해병대원 등 10명이 운구, 각국 2300명 초청… 아르헨대통령은 빼
英하원, 대처 공과 놓고 7시간 설전
13일 ‘대처 죽음 축하집회’… 경찰 비상

포클랜드 전쟁의 영웅들이 ‘총사령관’의 마지막 길을 동행한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장례식 운구는 1982년 4월 아르헨티나와의 포클랜드 전쟁에서 싸웠던 군인들이 맡기로 했다고 영국 총리실이 10일 밝혔다.

운구를 맡을 10명의 전쟁 영웅은 당시 가장 크고 치열했던 구스그린 전투와 수도 포트스탠리에 대한 마지막 탈환 공격에 나섰던 공수부대원을 중심으로 해병대와 공군 등이다. 2개 전투는 포클랜드전의 승리를 결정짓는 분수령이었다.

장례식에는 거리 통제를 맡는 군인과 군악대 등 정규군 700명이 동원된다. 총리실은 대처 전 총리의 재임 시절 대표적인 치적인 포클랜드전 승리를 기리는 차원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처 전 총리의 장례식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각국 정치 지도자 등 조문객 2300여 명이 참석한다고 총리실이 밝혔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이 모두 초청되고 영국에서는 토니 블레어, 고든 브라운 등 전직 총리 및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등 전현직 각료와 전현직 의원 800명가량도 포함된다.

외국 주요 조문객으로는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과 프레데리크 데클레르크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조제 마누엘 두랑 바호주 EU 집행위원장,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 등이 초청 명단에 포함됐다.

고인과 가까웠던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과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낸시 여사는 고령에 따른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을 통보했다. 포클랜드 영유권 문제로 외교 갈등을 벌이는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초청 대상에서 제외됐다.

성대한 장례식을 앞두고 있으나 대처 전 총리의 역사적 유산을 둘러싼 찬반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영국 하원이 10일 오후 ‘대처 특별 추모회의’를 무려 7시간 동안 가지면서 보수당과 노동당 의원들은 대처 전 총리의 공과(功過) 등을 놓고 날카로운 설전을 벌였다.

캐머런 총리는 “그는 예외적인 지도자였고 예외적인 여성이었다”며 “그의 비문에 ‘영국을 다시 한 번 위대하게 만들었다’고 적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노동당의 에드 밀리밴드 대표는 “포클랜드전을 승리로 이끈 것과 그의 죽음이 많은 사람에게 갖는 의미를 존중한다”면서도 “그녀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책과 넬슨 만델라에 대해 잘못했다. 나는 대처가 한 일의 상당 부분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앵거스 로버트슨 스코틀랜드 국민당 의원은 “대처 전 총리의 인두세를 결코 잊지도, 용서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노동당 하원의원 256명 중 150여 명이 반발 차원에서 불참했다.

비슷한 시기 정치를 했던 각국 전현직 여성 지도자들도 상반된 평가를 내놓았다. 대처 전 총리는 생전 페미니즘을 ‘독’이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여성운동으로부터 덕 본 것이 전혀 없다”고 말해 여성 및 인권 단체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다.

노르웨이 사상 최연소, 최초의 여성 총리였던 그로 할렘 브룬틀란은 “대처에게서 배운 것은 없다”고 단언했다. 반면 에디트 크레송 전 프랑스 총리는 “대처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았던 원칙 있는 지도자”라고 평했다.

한편 무정부주의자 그룹들이 13일 런던 시내 트래펄가 광장에서 대처 전 총리의 죽음을 축하하기 위한 집회를 열기로 해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이 집회는 런던무정부주의자혁명(ALARM) 등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처 전 총리의 아들 마크 대처 경은 10일 유족 대표로 첫 공식 반응을 내놓았다. 그는 어머니의 자택 앞에서 “여왕께서 장례식에 참석해 주시기로 해 영광”이라며 “어머니는 오랫동안 축복된 삶을 사셨다. 보내주신 애도와 지지에 매우 기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마거릿대처#대처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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