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 집단성폭행은 곪은 사회가 낳은 ‘필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9일 03시 00분


갈수록 극악무도한 형국으로 치닫는 인도 내 집단성폭행 범죄에 대해 “부실한 치안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관습화된 ‘여성에 대한 맹목적 화풀이 양상’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17일 인도 마디아프라데시 주 경찰은 “2일 전 39세 스위스인 주부 관광객을 집단 강간한 인도인 남성 6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자전거여행 중 마을 인근에서 야영을 하던 부부의 돈과 소지품을 뺏고 남편을 꽁꽁 묶어 구타한 뒤 그의 눈앞에서 번갈아가며 부인을 성폭행했다. 지난해 12월 뉴델리에서 23세 여대생이 예비신랑과 함께 탄 버스에서 남성 6명으로부터 구타와 강간을 당하고 숨진 뒤 전국적 추모시위와 정부의 대책발표가 이어졌다. 하지만 오히려 집단성폭행 범죄는 현지인과 외국인 여성을 가리지 않고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 최근호는 “2011년 신고된 인도 내 성폭행 범죄는 2만4000건이 넘는다. 날마다 20분에 한 번씩 어디에선가 성폭행 범죄가 발생했다는 의미”라며 “중요한 것은 범인 대부분이 빈민층이 아니라 ‘도시에 거주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라고 보도했다.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대도시로 이주하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가까이서 만져볼 수 있지만 소유할 수 없는 부(富)’로 인한 좌절감이 왜곡된 분노와 잔인한 성범죄를 낳고 있다는 설명이다. 타임은 “지난해 여대생 집단강간 살해사건의 범인 중 1명으로 11일 감옥에서 목 매 자살한 램 싱(34)은 이런 현상의 대표적 사례”라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싱은 사건이 벌어진 버스의 운전사로 동생과 함께 범행에 가담했다. 싱 형제는 중부 시골마을에서 장작을 팔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교육은 전혀 받지 못했다. 10대가 되기 전 가족 모두 뉴델리 남부로 이사했지만 안정된 일자리와 거주지를 찾지 못한 양아버지는 결국 처자식을 버리고 떠났다. 이웃 주민 세스 캄라 씨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싱은 온종일 거의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늘 분노에 찬 눈으로 사람들을 노려보곤 했다”고 말했다.

타임은 최근 활발해진 인도 여성의 사회진출도 빈발하는 집단성폭행의 한 원인으로 꼽았다. 사회학자 디판케르 굽타 씨는 “성인 여성 82% 이상이 사회활동을 하는 중국에 비해 인도 여성의 사회활동 비율은 아직 전체 39.5% 정도”라며 “하지만 전통적인 여성경시 풍조에 젖은 남성 대부분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탓을 여성에게 돌리며 억눌린 분노를 해소할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불안정한 사회심리가 범죄로 터져 나오지 못하도록 막아야 할 경찰 등 강제력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이다. 굽타 씨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단성폭행 피해를 당해도 가급적 경찰에 알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인도의 집단성폭행 범죄는 처벌을 강화하는 방법만으로는 제어할 수 없는 필연적 사회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채널A 영상]한국 여대생, 인도서 성폭행 당해
#인도#집단성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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