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여사, 현실 정치인 변신 ‘호된 신고식’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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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개발 반대 유혈 시위… 진상조사-중재 나섰다가
시위대에 둘러싸여 항의 받아

미얀마 ‘민주화의 꽃’ 아웅산 수지 여사(68)가 주민들에게 둘러싸여 거세게 항의를 받는 ‘수모’를 겪었다. ‘민주화의 투사’에서 ‘현실 정치인’으로 변신하고 있는 수지 여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수지 여사는 13일 미얀마 북부 모니와를 방문해 지역 주민 및 렛파다웅 구리광산 개발업체 측과 대화를 나눴다. 미얀마와 중국이 합작으로 진행 중인 이 광산 개발은 9억9700만 달러(약 1조1000억 원) 상당의 대규모 사업이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대대적인 토지 수용과 환경 파괴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개발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11일 동안 광산을 점거하자 미얀마 정부는 강경 진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인화성 물질이 함유된 연막탄을 발사했고, 100여 명이 중화상을 입었다.

수지 여사가 단장을 맡은 이 사건 조사위원회는 12일 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광산 개발 과정에서 환경보전 조치가 부족했고, 지역 주민들에게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를 장려하고 중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광산 개발은 계속돼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시위 진압 경찰에게 책임을 묻지도 않았다.

수지 여사가 모니와에 나타나자 700여 명의 시위대가 수지 여사 주변으로 모여들어 “우리는 조사위원회를 원치 않는다” “광산 개발을 중단시키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고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한 시위 참가자는 “‘어머니 수지’가 이런 결론을 내린 것이 우리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인지, 군부를 두려워하기 때문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뒤 수지 여사가 현실과 타협하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민주화운동에 투신한 뒤 15년 동안 가택 연금됐던 수지 여사는 지난해 국민민주주의연합(NLD)을 이끌고 총선에 출마해 당선됐고 NLD는 제1야당이 됐다. 이후 수지 여사는 정부의 소수민족 탄압에 대해 침묵하고, NLD는 군부와 유착된 사업가에게서 정치 자금을 받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아웅산수지#시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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