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클라베 빨리 열자” vs “교회 미래 더 많은 논의를” 추기경단회의 첫날 보혁갈등 삐걱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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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클라베 날짜놓고 격론… 언론 브리핑도 돌연 중단

차기 교황을 뽑기 위한 콘클라베 날짜를 결정하기 위해 4일 시작된 가톨릭 추기경단 전체회가 보수파와 개혁파의 갈등으로 심상치 않은 긴장과 내분을 드러내고 있다.

콘클라베 참석 추기경 115명 전원이 참석한 추기경단 회의는 7일에야 처음 열렸다. 전날 회의에선 “도대체 왜 이렇게 늦게 오느냐, 빨리 투표로 결정하자” “기다려서 그분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등 논쟁이 거셌다는 후문이다.

이런 가운데 추기경단 회의를 자체적으로 언론에 브리핑해 온 미국 추기경단이 6일 예정된 기자회견을 갑자기 취소해 논란이 벌어졌다. 줄곧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 온 미국 대표단은 “다른 추기경들이 회의 내용 공개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언론들은 교황청이 나서 미 대표단의 브리핑 중단을 종용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탈리아 추기경들이 미 대표단에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대표단은 첫날부터 추기경 4명 중 2명씩 번갈아 가며 매일 브리핑을 갖고 “교회 개혁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차기 교황은 어린이를 성추행한 성직자들을 교구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말해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가톨릭 사제 성추행 피해자 네트워크(SNAP)’는 6일 ‘교황이 되어서는 안 될 추기경 12명’ 명단을 발표하면서 “교회가 아동을 보호하는 데 힘을 기울이라”고 촉구했다.

콘클라베 날짜를 두고도 상당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추기경단 내 최대 세력인 이탈리아파는 조속히 콘클라베를 열자는 주장인 반면 비(非)유럽권은 교회의 미래에 대해 더 많은 논의를 하자며 콘클라베를 서두르지 말자고 맞서고 있다는 것. 차기 교황의 유력 후보 중 안젤로 스콜라 밀라노 대주교 등 2명이 이탈리아 출신이다. 이탈리아에선 최근 폴란드, 독일 출신이 교황을 한 만큼 이번에는 이탈리아 출신이 교황을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반면 미주와 아프리카, 아시아권에서는 유럽권을 탈피해 제3세계 출신의 개혁적 인물이 선출돼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발터 카스퍼 독일 추기경은 “가톨릭교회를 이끌어갈 새롭고 수평적인 방식이 필요하다”며 “콘클라베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당초 3월 11일이 유력하게 거론됐던 콘클라베 시작 날짜는 15일, 17일, 심지어 19일에 열릴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6일 “후임 교황이 종려 주일(부활절 직전 일요일)인 24일까지는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 ‘바티칸 제국의 위기’라는 책을 쓴 마시모 프랑코 씨는 “교황의 사임과 교황청 스캔들이 맞물려 콘클라베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콘클라베#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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