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800억원 벌금… ‘비밀계좌’ 스위스銀 문닫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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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년 最古역사 베겔린은행… 10여년간 1조원 탈세 방조

1741년 설립돼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된 베겔린은행이 비밀계좌로 미국인의 탈세를 도운 혐의로 7400만 달러(약 800억 원)를 물게 됐다. 베겔린은행은 벌금 납부를 끝으로 문을 닫는다고 영국 BBC방송이 4일 보도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사법조치가 100년이 넘게 이어져온 스위스 은행의 비밀주의를 급속히 무너뜨릴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 남부지방법원의 제드 라코프 판사는 미 연방검찰과 베겔린은행이 1월 초 합의한 벌금 5780만 달러를 승인한다고 4일 밝혔다. 이는 미 당국이 탈세혐의를 이유로 해외 은행에 처음으로 형사상 철퇴를 내린 것이다. 베겔린은행은 민사소송 합의금으로 1620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다. 이 은행은 10여 년에 걸쳐 12억 달러(약 1조3000억 원) 규모의 미국인 탈세를 방조한 혐의를 인정했다.

미 사법당국과 국세청(IRS)은 스위스 최대은행인 UBS로부터 미국인의 탈세를 방조했다며 지난해 형사소송을 벌이기 직전에 7억8000만 달러의 합의금을 받아냈다. 그 이후 스위스 은행의 탈세 혐의를 밝혀내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클리어스바에어 등 스위스 은행 10곳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미 공영방송인 NPR는 “스위스가 세금 천국에서 세금 지옥으로 바뀌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스위스에 압박을 가하는 국가도 늘어나고 있다. 영국 정부도 스위스 비밀은행에 계좌를 개설하고 소득세를 탈루해 온 사안과 관련해 스위스 은행에 체납 세금 3억4000만 파운드(약 5000억 원)를 납부하라고 요구해 최근 이를 받았다. FT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향후 6년간 스위스 은행으로부터 50억 파운드의 추가 세수를 기대하고 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비밀계좌#스위스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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