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CEO 연봉제한’ 국민투표 통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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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출신 의원이 앞장… 위반땐 벌금-징역 3년형

스위스가 3일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기업 경영진의 과도한 보수를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대기업 경영진의 과도한 보수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세계 최초로 보수 규제에 관한 국민투표가 가결된 것. 특히 이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국회의원 역시 최고경영자(CEO) 출신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스위스 정부는 경영진의 보수 지급을 주주들이 규제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을 두고 국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67.9%의 찬성률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스위스 의회는 주주가 경영진의 과도한 보수를 규제할 수 있는 후속 법률 제정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의회가 법안을 확정하면 향후 스위스 상장기업의 임원이 받을 고액의 입사 보너스나 퇴직금은 물론이고 기업 인수합병(M&A) 성사 등에 따른 특별상여금에도 제한이 가해질 수 있다. 이를 위반한 경영자는 최대 6년 동안의 보수에 상당하는 벌금형과 징역 3년의 실형을 받게 된다.

스위스의 국민투표 결과는 경영진의 고액 보수 규제를 추진하는 나라들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는 경영자에 대한 보너스를 보수의 20%로 제한하는 규제안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영국도 올해 안으로 주주에게 경영자 보수 결정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반면 미국과 독일에는 임원의 과도한 보수를 일부 제한하는 제도가 있지만 법적 강제성이 없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사모펀드 업계 경영자들은 여전히 천문학적인 보수를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미국 대형 사모펀드의 경영자들이 배당금과 보너스 등을 합쳐 10억 달러(약 1조800억 원)를 넘게 챙겼다고 3일 보도했다.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KR) 공동 창업자인 헨리 크래비스와 조지 로버츠는 2011년보다 62% 증가한 2억7900만 달러의 배당금, 2010년보다 17% 늘어난 7000만 달러의 연봉을 지난해에 받았다. 무려 3억4900만 달러를 챙긴 것.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 겸 CEO는 2억400만 달러, 아폴로 자산운용의 리언 블랙 CEO도 1억8000만 달러의 배당을 받았다. WSJ은 올해도 사모펀드 업계가 활황을 보이고 있어 이들이 받을 보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이번 스위스 국민투표 통과를 이끈 무소속 국회의원 토마스 민더는 “그간 경영자들의 잘못된 보수 관행에 대한 강력한 경고”라며 기뻐했다. 치약업체 트라이볼의 CEO 출신인 민더 의원은 2008년부터 청원운동을 시작해 주민발의 국민투표 요건인 10만 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내 이번 국민투표 통과를 이끌어냈다.

스위스 재계는 “이런 방식으로 임원의 임금을 제한하면 스위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이 다 떠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현재 유럽에서 많은 보수를 받는 상위 20위 경영자 중 5명이 스위스에 있을 정도로 스위스 경영자들은 많은 돈을 받고 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스위스#CEO 연봉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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