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2년]<2> 다시 가본 쓰나미 피해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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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땅에 생명의 싹… 쓰레기 아직 ‘처리중’

지난달 18일 기자와 만난 이와테 현 리쿠젠타카타 시의 보육원에서 일하는 간노 게이코 씨.
지난달 18일 기자와 만난 이와테 현 리쿠젠타카타 시의 보육원에서 일하는 간노 게이코 씨.
동일본 대지진 당시 지진해일(쓰나미)로 거대한 쓰레기장이 됐던 일본의 해변마을들, 복구할 엄두조차 내기 어려울 정도로 상처가 깊었던 그곳은 대지진 피해 2주년이 다가오면서 희망의 파릇한 새싹을 틔우고 있었다. 살아난 자들은 절망의 터널을 지나 일상을 되찾고 있었고 재건을 위한 다양한 공사가 여기저기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동아일보와 아사히신문은 동일본 대지진 2주년을 맞아 후쿠시마(福島) 원전 피해지에 이어 쓰나미 피해지를 취재했다.

▶본보 2월 27일자 A8면 [동일본 대지진 2년]거리 활기 → 복구 한창 → 유령마을… 후쿠시마 끝나지 않은 아픔

○ 다시 일어서는 주민

지진해일(쓰나미)이 덮친 2011년 3월(오른쪽 위)과 2년이 지난 최근의 이와테 현 오후나토 시.

리쿠젠타카타=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지진해일(쓰나미)이 덮친 2011년 3월(오른쪽 위)과 2년이 지난 최근의 이와테 현 오후나토 시. 리쿠젠타카타=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18일 오후 이와테(巖手) 현 리쿠젠타카타(陸前高田) 시 요네자키(米崎)보육원. 간노 게이코(管野惠子·60·여) 씨가 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원전에서 200km 떨어진 리쿠젠타카타는 쓰나미로 마을이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쑥대밭이 됐던 지역이다. 당시 기적적으로 가족 6명이 모두 살아남아 재회했던 내용은 당시 동아일보에 보도되기도 했다.

보육사로 일하는 그는 “남편은 건설회사 정직원이 됐고 아들도 계속 비료 매매업을 하고 있다. 나도 최근 ‘계약이 1년 연장됐다’는 통보를 들었다”고 말했다.

보육원에서 승용차로 5분가량 떨어진 리쿠젠타카타 시의 한 비닐하우스 안. 지난해 1월 기자가 현지 자원봉사를 했을 때 만난 곤노 세이치(金野誠一·61) 씨가 흙에 쌀겨 등을 넣어 자신이 직접 만든 유기혼합물 토양을 한 움큼 쥐더니 기자의 코에 내밀었다. “냄새를 맡아보세요. 역한 냄새가 전혀 안 나지요?”

리쿠젠타카타 출신인 그는 2년 전 쓰나미 때 나가노(長野) 현에서 소바(메밀국수)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쓰나미 직후 이곳으로 와 가설주택에 살면서 염분이 있는 논의 흙을 중화하고 일반 토양의 지력(地力)을 높여주는 퇴비 만들기에 매달리고 있었다.

○ 아직 남아있는 쓰나미 흔적

19일 오전 미야기(宮城) 현 나토리(名取) 시청에 들렀다. 2년 전 취재 때 갑자기 쓰나미 경보가 울려 기자도 전속력으로 뛰어 피난했던 곳이다. 대지진 직후 잃어버린 가족을 찾는 메모들이 가득 붙어 있던 시청 현관에는 자원봉사 활동 안내문이 있었다.

‘사망자의 재산 처리나 유가증권 분실에 대해 무료로 법률 서비스를 해드립니다.’ 이제는 가족을 찾기보다 사망자 처리에 나서고 있는 슬픈 현실이 잠시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승용차로 5분 거리인 유리아게(.上)에 가봤다. 뒤틀린 도로, 바닥에 누운 철제 펜스, 깨진 유리창…. 현장은 아직 2년 전 모습 그대로였다. 하지만 갈라진 보도블록 사이로 삐죽 솟아오른 풀들이 보였다. 원전 피해지와 달리 자연재해 피해만 입은 곳이라 자연의 복원력을 느낄 수 있었다. 유리아게는 후쿠시마 제1원전과는 약 90km 떨어져 있다.

마을 한가운데에 있는 유리아게 중학교는 텅 비어 있었고 추모비와 녹슨 책상 2개만이 눈에 띄었다. 책상에는 ‘쓰나미는 잊어도 14명은 잊지 말자. 우리는 언제나 함께하니까’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센다이(仙臺) 시 폐기물 집하장에는 덤프트럭이 쉴 새 없이 드나들며 쓰나미로 인한 폐기물 처리가 한창이었다. 부흥청에 따르면 약 1800만 t의 ‘쓰나미 폐기물’ 중 지난해 11월 현재 86%를 집하장에 모았고 그중 34%는 처리를 끝냈다.

사회기반시설도 대부분 복구됐다. 피해 지역 내 전기와 도시가스는 각각 96%와 86% 복구됐고, 우편배달이나 주유소는 100% 정상화됐다.

리쿠젠타카타·오후나토·센다이·나토리=박형준 특파원lovesong@donga.com
#대지진#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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