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앞으로 내놓을 ‘아베 담화’에 역사 문제가 아니라 일본의 아시아 역할론에 대한 내용을 담겠다고 밝혔다. 이는 무라야마 담화나 고노 담화 등을 수정하겠다는 지난해 12월 총선 전의 주장과는 달라 주목된다.
아베 총리는 21일자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인터뷰에서 “무라야마 담화는 전후 50주년(1995년)에 맞춰서 나왔고, 전후 60주년(2005년)에는 고이즈미 담화가 발표됐다. 나도 적절한 시점에 담화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전후 70주년인 2015년경 아베 담화가 나올 가능성이 높지만 재임 기간이 불확실해 발표 시점은 앞당겨질 수도 있다. 올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하면 기존 담화를 모두 수정할 우려가 있다는 워싱턴포스트의 질문에 “(아베 담화에는) 이웃 국가를 배려한 미래 지향적인 메시지를 담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 “정치가는 역사 인식 문제에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며 “미래 지향적으로 일본이 아시아에서 맡아야 할 역할에 대해 말하겠다”고 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2월 총선 전 “무라야마 담화나 고노 담화 등 과거사 반성 담화를 모두 수정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노 담화 수정 여부는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관방장관이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을 바꿨고 이번 인터뷰에서는 과거 담화를 수정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무라야마 담화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사죄하는 내용을 담았고, 고노 담화는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 연행을 인정했다.
아베 총리는 해양으로 확장하는 중국에 대해서는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중국은 일본 및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영토분쟁을 하는 게 몸에 배었다. 공산당이 국내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 영토분쟁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21일부터 나흘 일정으로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하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연다. 양국 정상은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일본의 참여 문제, 중국을 염두에 둔 해양안보 협력 강화 등을 논의한다. 아베 총리는 애초 TPP 참여에 부정적이었지만 최근 기류가 바뀌고 있으며 정상회담 후 최종 정치적 결단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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