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과 세르히오 디아스그라나도스 콜롬비아 통상산업관광장관이 21일 한-콜롬비아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에 공식 서명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 18층 리셉션홀. 역대 외교통상부 장관 사진이 한쪽 벽면을 장식한 이곳에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과 세르히오 디아스그라나도스 콜롬비아 통상산업관광장관이 나란히 입장했다. 지난해 6월 양국이 협상 타결을 선언한 한-콜롬비아 자유무역협정(FTA) 공식 서명식을 갖기 위해서였다.
한국의 10번째 FTA인 한-콜롬비아 FTA는 새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출범 15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통상교섭본부의 마지막 ‘작품’. 3월 초까지 한중일 FTA 협상 준비회의 등 통상 관련 실무회의들이 남았지만 통상교섭본부장이 나서는 공식행사는 이날 서명식이 사실상 마지막이었다. 한-콜롬비아 FTA는 양국 국회에서 FTA 비준동의안이 통과되면 공식 발효된다.
이날 서명식장에서 통상교섭본부 직원들은 콜롬비아 정부 관계자들과 스페인어로 대화를 나눴다. 행사가 시작되자 박 본부장과 디아스그라나도스 장관은 서명을 마친 협정문을 교환한 뒤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했다. 직원들은 박수를 쳤지만 몇몇 간부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묵묵히 서명식을 지켜봤다. 서명식에 참석한 본부 관계자는 “나랏일에 개인감정이 있을 수 없지만 기분이 왠지 묘하다”며 사라지는 조직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외교통상부와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는 비공식적으로 통상기능 이관 작업에 착수했다. 정부는 신설되는 산업통상자원부에 ‘2실 4국’ 규모의 통상 관련 조직을 두기로 잠정 결정하고 외교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로 옮겨갈 직원들의 신청을 받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통상 전문가가 되는 걸 목표로 하는 직원들 중 부처를 옮기겠다고 손을 든 사람이 꽤 있다”고 귀띔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