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2기 외교-안보는 ‘케·헤·바 독트린’

  • Array
  • 입력 2013년 1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상원의원 시절 멘토 3인방 국무-국방-부통령 포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국방장관에 척 헤이글 전 공화당 상원의원 지명 의사를 굳히면서 2기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후임에 존 브레넌 백악관 대테러·국토안보보좌관을 지명할 것이라고 AP통신이 7일 보도했다.

헤이글 전 의원은 존 케리 국무장관 지명자와 함께 1기 행정부의 연장선에서 해외 분쟁 개입을 더 줄이고 국내 경제 회복에 주력해야 한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생각을 충실히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고 미국 시사주간 내셔널저널이 6일 보도했다.

AP 연합뉴스
AP 연합뉴스
저널은 헤이글과 케리의 과거 경력과 철학 등을 고려할 때 오바마 2기 행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은 △이란 제재 유지를 통한 고립 심화 △중국에 대한 견제와 포용 병행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문제 관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새로운 평화협정 체결 유도 △시리아의 평화 이행 촉진에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토머스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해 11월 28일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강연한 내용에서 드러난 오바마 행정부의 5대 전략은 2기에도 계속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의 경제 재건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로 훼손된 동맹관계 회복 △러시아 중국과의 관계 조정 △과잉 투자된 중동에서 아시아로 중심 이동 △지구적 문제 해결을 위한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와의 협력 강화다.

저널은 케리와 헤이글 장관이 의회 인준을 통과하고 취임하면 조 바이든 부통령을 포함해 오바마가 대통령 후보이던 시절부터 상원에서 외교안보정책을 조언했던 멘토 3인방이 모두 2기 행정부에 참여한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2기에 새로운 외교안보 정책 독트린을 내놓는다면 그건 ‘케리-헤이글-바이든 독트린’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라는 것.

특히 케리와 헤이글은 오바마보다 한 세대 연배이자 ‘실패한 전쟁’인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경험자로 미국의 해외 무력 사용에 대해 신중하고 사려 깊은 태도를 견지해 왔다. 오바마가 대선후보이던 2008년 바이든을 러닝메이트로 쓰라고 조언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던 헤이글은 수년간 해외 군사 과대 팽창을 맹렬하게 비난해 왔다.

케리와 달리 헤이글 국방장관 임명은 험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은 헤이글의 반(反)이스라엘 시각, 이란 등 적성국에 대한 유화적 자세, 이라크전 반대를 문제 삼고 있다. 존 코닌 상원 공화당 원내총무는 5일 “헤이글 인준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민주당도 과거 헤이글의 동성애자 비하 발언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헤이글 지명은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에 ‘한판 붙자’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도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에 이어 재정절벽 협상까지 밀리면서 패배 분위기에 빠진 공화당에 일격의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공화당의 반격이 나오면 국가부채 한도 조정, 총기규제, 이민법 개정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양당의 반대로 ‘헤이글 카드’가 무산되면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차관, 애슈턴 카터 전 국방부 부장관이 대안으로 검토될 것이라고 NBC 뉴스닷컴이 전했다.

워싱턴=신석호·정미경 특파원 kyle@donga.com
#오바마#외교안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