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성장엔진은 올해도 아시아… 제조업 가파르게 회복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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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세계경제 전망

올해 한국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국은 성장세를 보이는 반면 재정위기 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유럽의 일부 국가는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등 ‘올해 경제 기상도’는 지역별로 뚜렷한 대조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이 3일 국제통화기금(IMF)과 HSBC은행 등의 경기 전망 등을 종합 분석한 바에 따르면 아시아 각국은 올해 제조업 경기와 수출이 완연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잠시 성장이 주춤했던 중국 경제가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되살아나고 있는 것도 아시아 경제 활력을 살리는 요소가 되고 있다.

하지만 재정위기 그림자가 여전한 유럽, 특히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욱이 지난 10여 년간 세계 경제성장을 주도했던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5개국 중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는 원자재 수출 감소, 과도한 정부 부채 등으로 세계 경제를 견인하기는커녕 스스로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 아시아 경기 전망 ‘맑음’

HSBC가 최근 공개한 아시아 주요국의 지난해 12월 구매관리자지수(PMI)에 따르면 한국은 50.1로 11월의 48.2보다 높았고 지난해 5월 이후 7개월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도 51.5로 전달의 50.5보다 높아졌다. 같은 기간 대만은 47.4에서 50.6, 인도는 53.7에서 54.7로 각각 상승했다. 수 시안 림 HSBC 아시아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유럽의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경제가 선전하고 있음을 경제지표가 확실히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PMI가 50을 넘으면 제조업 경기 확장 전망, 50을 밑돌면 제조업 경기 위축 전망을 의미한다. 림 이코노미스트는 HSBC의 지난해 12월 아시아 전자업 선도지수가 지난해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이 과거처럼 아시아 전자제품을 많이 사지 않는데도 아시아 각국 전자제품 수출이 호조를 보였다는 점은 그만큼 아시아 내수가 탄탄하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국제 교역이 활발해 아시아 경제를 가늠하는 지표가 될 수 있는 싱가포르의 국내총생산(GDP)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4분기 전년 동기 대비 GDP 성장률은 1.8%로 ―6.3%로 부진했던 지난해 3분기와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제이슨 휴스 IG마켓 싱가포르 우수고객 관리책임자는 “세계 경제가 12개월 전보다 훨씬 건강한 상태”라며 “중국 경제 경착륙, 유로존 붕괴, 미국 경제 다시 침체 우려 등 지난해 세계 경제를 어둡게 했던 위험 요인이 많이 줄었다”고 평가했다.

○ 미국 한 해 전망 안갯속 연초 증시 반짝

미국 제조업 경기의 바로미터로 평가받는 전미 공급관리자협회(ISM)지수는 지난해 12월 50.7로 한 달 전 49.5보다 상승했다. ISM지수는 50을 기준으로 제조업 경기 확장과 위축을 구분한다. 시장조사회사 마르킷이 발표하는 지난해 12월 PMI 역시 54.0으로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높았다.

이 같은 제조업 경기 전망 호조와 함께 재정절벽 협상 타결로 정치적 불안요인이 다소 제거돼 새해 첫날인 2일 뉴욕 주식시장은 큰 폭 상승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지난해 12월 31일보다 308.41포인트(2.35%) 오른 13,412.55로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도 3.07%나 올랐다.

새해 첫날 다우지수가 100포인트 이상 오른 해는 이번을 포함해 모두 여섯 번으로 상승폭은 올해가 가장 컸다. 월가는 새해 첫날 100포인트 이상 오른 해는 미국 주식시장의 연간 상승률이 모두 7% 이상을 기록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독일도 올해 경기전망을 낙관하는 보도가 잇따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회계법인 언스트앤드영의 조사를 인용해 독일 소비자의 78%가 올해 경기를 낙관한다고 3일 보도했다. 응답자의 88%는 고용 전망에 대해서도 ‘나의 일자리는 안전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과 독일 경제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조언한다. 미국 연방의회가 재정절벽 위기를 극적으로 넘겼지만 국가 부채 한도 협상과 실업률은 여전히 큰 문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2일 “의회가 2개월 후 닥칠 부채 한도 문제는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실업자가 1200만 명이나 되는 점도 미국 경제에 큰 걸림돌”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연방정부 빚은 지난해 12월 31일 법정 상한인 16조4000억 달러에 이미 도달했다. 재무부는 특별 조치를 통해 2000억 달러를 증액했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며 3월 초까지 증액 협상을 처리해야 국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를 막을 수 있다.

9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독일은 정치 리스크가 있다. 유로존 재정위기 타결을 주도해 왔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3선에 실패한다면 독일은 물론이고 유럽 전체에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유럽 브라질 러시아는 흐림

유로존과 브릭스, 특히 브라질과 러시아는 성장 둔화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스페인은 올해 1590억 유로의 국채를 갚아야 하며 2월 총선이 치러질 이탈리아는 정국이 매우 혼란스럽다. 크리스 윌리엄슨 마르킷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의 제조업 부문은 가파른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유럽 경기침체가 더욱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그간 원자재 수출로 빠른 경제 성장을 구가했던 브라질과 러시아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원자재 수요 둔화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은 최근 러시아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3%에서 3.3%로 내렸다.

2010년 7.5%의 경제 성장을 구가했던 브라질은 지난 2년 연속 1∼2%대의 낮은 성장을 기록했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4.0%에 불과하다. 브라질 정부가 수출 장려를 위해 헤알화 평가절하에 나선 것도 경제에 부작용을 미치고 있다. 수출 장려 대신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만 높이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인도는 신용등급 강등 위험에 직면해 있다. 인도의 정부 부채는 GDP의 90%를 넘어섰고 현재 신용등급은 BBB―로 간신히 투자적격등급에 머물러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정부 부채를 줄이지 않으면 인도의 등급을 강등시키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정민 기자·뉴욕=박현진 특파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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