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軍, 빵집 폭격… 줄 서있던 주민 109명 사망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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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군 장악지역 보복 공격… 유엔특사 중재 걸림돌로

시리아 정부군이 23일 반군이 장악한 중부 하마 주 할파야 마을의 한 빵집을 폭격해 주민 100여 명이 사망했다고 미국 CNN방송이 전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3월 내전 이후 많은 인명 피해를 기록한 사건 가운데 하나. 특히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이 빵을 사려는 주민들을 상대로 폭격했다는 점에서 정권의 도덕성에도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 반정부 조직인 시리아지역조정위원회(LCC)는 “시리아 정부군의 전투기 폭격 당시 빵집 주변에는 내전으로 부족해진 빵을 사기 위해 부녀자 등 수백 명이 줄을 서 있었다”고 전했다. 지역 활동가는 “사망자가 109명으로 집계됐다”며 “많은 사람이 무너진 건물 더미에 묻혀 있어 인명 피해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장을 인터넷에 올린 영상에는 건물 잔해와 폭탄 파편 더미 사이에 피범벅이 된 시신들이 널려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한 사진기자는 “현장에 도착했을 때 도처에 시신들이 널려 있었다. 그곳에는 부녀자와 어린이들의 모습도 보였다”며 “세계는 할파야에서 벌어진 살육사태를 똑똑히 봐야 한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정부군이 지난주 할파야를 반군에 빼앗긴 데 대한 보복으로 사람이 많이 몰려 있는 곳을 폭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이날 하루 할파야를 비롯해 184명이 숨지는 등 지난해 3월 내전 이후 지금까지 4만40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다.

한편 라흐다르 브라히미 유엔·아랍연맹 시리아담당 공동 특사가 이날 유혈사태를 끝내기 위해 시리아로 들어갔으나 이번 빵집 폭격 사건으로 중재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양섭 선임기자 lailai@donga.com
#시리아#폭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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