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독재” 궁지 몰린 푸틴 돌파구는 ‘측근 쳐내기’

  • 동아일보

비서실장-前 국방장관… 언론 동원해 비리 부각
일각 “집권기반 무너질수도”

러시아의 아나톨리 세르듀코프 전 국방장관, 세르게이 이바노프 대통령 비서실장, 옐레나 스크린니크 전 농업장관.

이들의 공통점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사진)의 측근인 동시에 지난달 부패혐의로 러시아 언론을 장식했다는 점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푸틴 대통령의 야심에 찬 ‘측근 비리 척결 운동’이 지지율 하락을 타개하려는 새로운 전략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푸틴의 반(反)부패 캠페인은 지난달 6일 1억 달러(약 1073억5000만 원) 규모의 부패 혐의에 연루된 세르듀코프 전 국방장관을 해임하면서 본격화됐다. 당시 국영언론들은 그의 부패 소식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이후 이바노프 비서실장이 2억 달러 규모의 위성유도시스템 도입과 관련한 부패에 연루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국영 로시야1 채널은 스크린니크 전 장관이 부패와 관련됐다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하기도 했다. 고위급 인사의 부패에 일절 입을 다물었던 러시아 언론도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푸틴은 12일 세 번째 임기의 첫 의회 국정연설에서도 고위 공직자 부패 척결 의지를 강조했다.

러시아 집권층의 부패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모스크바의 인뎀 싱크탱크는 부패로 인한 손실비용이 연간 3000억∼5000억 달러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지난해 말 대선을 앞두고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 시민들은 부패 척결을 외쳤다. 당시 푸틴은 재집권을 위해 부패를 해소하겠다고 말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최근의 변화는 집권 후 곤두박질친 지지율과 계속되는 반정부 시위에 시달려온 푸틴의 고육책이라는 것. 올해 초 60%였던 지지율은 9월 40%까지 떨어졌다. 최근 건강이상설까지 불거지자 코너에 몰린 푸틴이 대중적 지지를 회복하려고 측근에게 칼을 겨눴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푸틴의 새로운 전략이 반대 세력을 와해시키고 국민적 열망에 부응하는 지도자 이미지를 선사하는 동시에 집권 기반을 약화시키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집권층 내부분열로 자칫 “고립된”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것. 모스크바 카네기센터의 니콜라이 페트로프는 “(칼끝이 본인을 향할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모스크바 정치 엘리트들이 혼란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푸틴#러시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