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 요구들로 도배되는 美 백악관의 청원사이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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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구단주 잘라라” “정부, 외계인 접촉 밝혀라”

‘크리스마스이브를 공휴일로 지정하라’ ‘(성적이 부진한 프로 미식축구팀) 댈러스 카우보이 구단주를 해고하라’ ‘트윙키를 국유화해서 살려라….’

미국 백악관 청원 사이트 ‘위 더 피플(We the People)’에 오른 청원들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시민의 정치참여와 의사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려고 의욕적으로 시작한 ‘위 더 피플’ 사이트가 황당하고 사소한 청원으로 채워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0일 보도했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청원 사이트에는 지난달 말까지 9만4000건의 청원이 올랐고 590만 명이 서명했다. 하루 평균 220건 이상의 청원이 올라와 외형적으로는 성공한 듯 보이지만 정작 중요한 사회 이슈를 찾기 힘들다. 대신 ‘정부는 외계인 접촉사실을 밝혀라’ ‘미군 라디오 방송에서 (보수 논객) 러시 림보의 프로그램을 몰아내라’처럼 특정 그룹의 관심사항 또는 이해관계가 반영된 요구에 좌지우지되고 있다.

이처럼 황당하고 지엽적인 청원에 도배되는 사이트 운영에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는 비난이 일어나고 있다. 백악관은 2만5000명 이상이 서명한 청원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이런 기준을 넘긴 청원은 100건 미만. 그만큼 공감을 불러오는 청원이 없다는 뜻이다.

백악관의 부실한 대응도 문제다. ‘위 더 피플’ 사이트는 3명의 전담 직원을 포함한 11명이 관리하고 있다. 청원이 들어오면 해당 부처에 전달해 정부의 공식 반응을 내보낸다. 그러나 수많은 청원을 제대로 모니터하지 못해 2만5000명 기준을 넘겨도 답변을 하지 않아 청원자의 비난을 사기도 한다.

껄끄러운 청원에 대해 정부가 일부러 답변을 피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1만9000명이 서명해 청원 1위를 달리는 텍사스의 미연방 독립은 답변 기준을 넘긴 지 오래지만 백악관이 아무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다.

백악관은 대부분의 청원이 ‘연방정부 정책과 관련이 있어야 한다’는 기본조건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명하고 있다. 정부의 해결 능력을 벗어나기 때문이라는 것. 최근 ‘반미 랩’ 논란을 일으킨 싸이의 ‘크리스마스 인 워싱턴’ 공연을 금지하라는 청원도 백악관의 역할 범위를 넘어선 청원 사례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황당요구#미국#백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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