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 인선 난항… 라이스 ‘역풍’ vs 케리 ‘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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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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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2기 행정부에서 국무장관 후보로 유력한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공화당의 반발에 부닥쳐 곤경에 몰리면서 대안으로 존 케리 상원의원(매사추세츠·민주당)이 떠오르고 있다.

우선 케리 의원은 공화당 의원들이 선호하는 인물이다. 공화당 내 중도 온건파로 꼽히는 수전 콜린스 의원(메인)은 28일 “케리 의원이라면 훌륭한 인선이라고 생각하며 동료들의 지지를 쉽게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지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날 존 매케인 의원도 “케리가 국무장관이 되는 게 좋다”며 손을 들어 줬다.

6일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승리 직후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됐던 케리 의원은 당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특별한 공식 언급을 자제하면서 침묵만 지키고 있다. 오히려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백악관에 나를 위해 로비를 하지 말라”고 입단속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스 대사는 전날에 이어 이틀째 의회를 찾아가 공화당 의원들을 설득하느라 진땀을 흘렸지만 허사였다. 콜린스 의원을 75분 동안 만났지만 역풍만 맞았다. 밥 코커 의원(테네시)도 만났지만 지지 확답을 얻지 못했다.

한때 라이스 대사의 지지자였던 콜린스 의원은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리비아 벵가지 영사관 피습사건과 관련해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이 많이 남아 있다”며 “대통령선거 유세가 정점에 달한 시기에 5개사 TV에 등장해 오바마 행정부에 유리한 정치적인 행동을 한 것을 용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라이스 대사를 여전히 두둔했다. 이날 재선 후 처음으로 열린 각료회의에서 라이스 대사에 대한 공화당의 평가가 바람직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수전 라이스는 아주 훌륭하다. 지금까지 한 일에 대해 이보다 더 자랑스러울 수 없다”고 극찬했다.

백악관은 재정절벽 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공화당과의 초당적인 협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공화당 의원들이 반대하는 라이스 대사 카드를 고수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느끼고 있다. 하지만 케리 의원이 국무장관이 될 경우 상원의원 1석을 공화당에 넘겨주는 비용이 따를 가능성이 커 부담스럽다. 국무장관이 되면 케리 의원은 1984년 이후 내리 5선을 하고 있는 매사추세츠 주의 상원의원직을 내놔야 하고 보궐선거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출신 하버드대 교수인 엘리자베스 워런에게 진 스콧 브라운 전 상원의원이 이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바마 2기 행정부와 대북정책을 조율해야 할 한국 정부는 신임 국무장관 인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라이스 대사의 경우 북한 핵문제 등 한반도 현안에 그다지 밝지 않아 취임 후 리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반면 케리 의원은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전향적인 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오바마#케리#미국 행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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