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재선 불만? 美기업들 해고 러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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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규제-증세로 불가피”… 노동시간 단축 등 긴축 나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된 뒤 직원을 해고하거나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기업들은 오바마 행정부의 건강보험 개혁, 환경규제 강화, 세금 인상 정책으로 인한 이윤 하락에 대처하기 위한 최후의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오바마의 기업 부담 늘리기 정책에 대한 불만의 표현이자 복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에도 진출한 유명 피자 체인인 파파존스의 존 슈내터 최고경영자(CEO)는 대선 바로 다음 날인 7일 일명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개혁법 시행에 따른 의료비용 상승에 대처하기 위해 일부 직원의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파트타임 직원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슈내터 CEO는 올해 8월 오바마가 재선될 경우 피자 가격을 종류에 따라 11∼14센트씩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패밀리 레스토랑 올리브가든과 레드랍스터를 운영하는 요식기업인 다던레스토랑도 정규직 직원 일부를 파트타임 직원으로 전환하겠다고 7일 밝혔다. 패밀리 레스토랑 애플비의 제인 탱클 회장은 신규 직원 고용과 체인점 확장을 중단하겠다고 8일 밝혔다.

요식업계가 직원 해고와 노동시간 단축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노동 집약적이고 고용 규모가 큰 산업구조 때문에 건강보험 개혁법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개혁법이 본격 시행될 경우 직원 50명 이상을 고용하는 기업은 정규직 직원과 주 30시간 이상 근로 파트타임 직원에 대해 건강보험 혜택을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이를 어긴 기업에는 직원 1명당 2000달러(약 22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조지아 주에서 항공관련 회사를 운영하는 한 기업가는 국회방송 C-SPAN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건강보험 가입 기준을 피하기 위해 일부 직원을 해고해 총 직원을 50명 이하로 줄였다”고 밝혔다.

대형 석탄채굴 회사 머리에너지는 총 직원의 20%에 해당하는 160명을 유타, 일리노이 등 9개 광산지역에서 해고했다고 9일 밝혔다. 로버트 머리 회장은 “오바마 행정부가 일명 ‘청정 석탄’ 정책으로 불리는 채굴 환경기준을 강화해 채산성을 맞출 수가 없다”며 “2030년 미국 석탄업계가 완전히 도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내건 환경기준에 맞추려면 채굴량을 줄여야 하고 직원을 해고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상당수 기업 경영자는 대선 전 직원들에게 친(親)기업 성향의 밋 롬니 후보를 찍도록 종용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일부 기업가 사이에서는 “직원들은 (오바마 당선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라는 유행어가 돌고 있다고 인터넷신문 허핑턴포스트는 11일 전했다. 리자 리버위츠 코넬대 노동법 교수는 “오바마 2기 행정부 초기에 실적부진 기업들이 국가 정책을 ‘핑계’로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오바마2기#재선#美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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