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오바마 재선]<上> 새로운 개혁의 출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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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한 美 자신감-경제 살리기 발등의 불… 만만치 않을 4년

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앞길에는 복잡 다양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 “글로벌 금융위기로 만신창이가 된 미국에 ‘할 수 있다(can-do)’는 낙관주의 정신에 다시 불을 붙이는 것이 오바마의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에 바로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감과 경제 회복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모두 제자리에 가져올 수 있게 하는 강한 리더십”이라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경제 회복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오바마 대통령은 10월 6일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 후보 수락연설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수출 증대를 통해 경제 살리기에 ‘다걸기(올인)’하겠다고 다짐했다. 2016년까지 제조업 일자리를 100만 개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고용을 늘리는 기업에 대해 세금공제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 등 기업들에 대한 인센티브 구조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가 선거 과정에서 여러 차례 밝힌 대로 무역을 늘리고 제조업을 강화해 미국의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노력은 집권 2기 동안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칠레 페루 베트남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해 미국 내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위안화 절상압력을 가하고 있는 중국에 추가로 어떤 조치를 취할지도 관심이다.

사회개혁 분야에서 불법 체류자에 대한 영주권 허용과 사면 및 드림법안 등 이민개혁 정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선 1년 뒤인 2014년부터는 건강보험개혁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돼 전 국민의 건강보험 가입이 의무화된다. 낙태 허용과 동성결혼 찬성 등 민주당 내부의 논란 속에서 정강정책으로 채택된 이슈들이 어떻게 실행되는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확인된 것처럼 보수층에 날로 확산되는 반(反)오바마 정서를 극복하는 일도 버거운 과제다. ‘앵그리 화이트맨’(성난 백인들)의 반발은 거의 ‘민란(civil war)’ 수준으로 미국의 이념 대치를 위험한 수준으로 만들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기존 공화당 정치권보다 훨씬 극렬하게 오바마 대통령에게 반발하는 백인층은 이번 대선 기간 내내 중도 보수적인 밋 롬니 공화당 후보의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사회의 양극화를 부추기는 이념 대결, 인종 대결의 문제를 적절히 수습하지 못한다면 그의 집권 2기는 험난한 앞날이 예상된다.

보수적인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의회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도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다. 오바마 대통령은 5일 위스콘신 주 매디슨에서의 투표 전날 마지막 유세 연설에서 “나는 워싱턴의 당파적 문화를 타파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4년 전 당선됐지만 정치권의 분열은 생각보다 심했다”며 “앞으로 4년 동안 나는 정치 성향에 관계없이 누구와도 손잡고 일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여름 공화당과의 합의에 실패한 연방 재정적자 감축 문제를 놓고 오바마 대통령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그는 대선 전 아이오와 주의 디모인 레지스터 인터뷰에서 “재선 대통령으로 공화당과의 재정적자 감축 합의를 위해 ‘그랜드 바겐’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민개혁법을 완수하는 것도 큰 과제다. 공화당으로서도 히스패닉계의 표심을 얻지 못할 경우 정권 교체가 어렵다는 사실을 이번 선거에서도 절실히 깨달은 만큼 더이상 이민개혁법 반대 목소리만 낼 수 없는 형편이다.

보수적 여론과 의회를 감싸 안으며 다양한 정책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가 스스로 말한 초당적 리더십과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허리케인 ‘샌디’가 닥쳤을 때 공화당의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인 댄 발즈는 “재선의 오바마 대통령은 4년 전 오바마 대통령과 똑같지 않을 것”이라며 “태풍 샌디 피해를 본 뉴저지 주의 크리스티 주지사가 오바마 대통령을 극찬한 것은 재난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정치를 뒷전으로 밀쳐놨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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