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中경제, 리커창에 맡겨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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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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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기총리 확실… 시험대 올라
“공룡 국영기업 수술 등 과감한 개혁 기대 못해” 中 안팎서 우려 목소리

중국이 상대적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나오면서 후임 총리로 확실시되는 리커창(李克强) 부총리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 발전이 조기에 지체되는 ‘중진국 함정’을 모면하려면 과감한 개혁이 필요한 만큼 경제사령탑을 맡을 리 부총리가 이를 단행할 수 있을지가 중국 경제의 차기 10년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22일 AP통신은 세계은행(IBRD)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에 정책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지금 같은 글로벌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 중국 성장률이 2015년에 5%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3분기(7∼9월) 성장률은 3년 반 만의 최저치인 7.4%였다.

문제는 극심한 빈부격차와 낮은 소비수준, 수출 의존형 경제구조에서 성장마저 벽에 부닥치면 문제를 해소할 방안이 별로 없다는 것. 중국은 연간 신규 배출 대학생이 600여만 명으로 1000만 개 안팎의 일자리가 필요하다. 이런 수요에 맞춰 사회 안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매년 8% 이상 성장해야 한다는 게 학계의 시각이다.

해법은 경제 체질을 바꿔 성장률 하락 시기를 늦추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독점적 국영기업을 개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프랑스 금융그룹 소시에테제네랄의 이코노미스트 웨이야오 씨는 “경제개혁의 성공 여부에 따라 향후 중국 성장률이 5%포인트가량 차이 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리 부총리의 행보를 보면 그가 국영기업에 메스를 들이대기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단적으로 허난(河南) 성 서기로 재직하던 2000년에 나이트클럽 화재로 309명이 숨진 사건이 발생했고 수혈로 인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감염사고가 국제 이슈가 됐지만 그는 책임 논란에서 빠져나갔다. 일부 부하 직원들을 처벌하는 선에서 사건을 수습한 뒤 본인은 중앙정계에 진출해 지금 자리에까지 오른 것이다. 미국 시카고대 달리 양 교수는 “리 부총리는 당시 적극적으로 사건을 처리한 게 아니라 그냥 덮었다”고 말했다. 리 부총리가 개혁가가 아닌 ‘내부 정치가’라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공산당이 지명하는 국영기업의 수장(首長)들은 당 지도부의 돈줄이 되는 등 수많은 이해관계에 얽혀 있어 섣불리 손을 댔다가 되레 역공을 당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리 부총리가 지난주 경제 성장 패턴을 바꾸기 위해 세제(稅制)개혁을 역설하는 등 개혁적 면모를 일부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회의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한편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22일 사설에서 현재 중국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개혁 개방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현재 중국의 문제는 발전 중에 생기는 문제이자 국가가 나아가면서 생기는 문제로 개혁 개방의 시기를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리커창#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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