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뉴욕 연방준비은행 폭파시도범 체포

  • Array
  • 입력 2012년 10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알카에다 추종 방글라데시 20대
가짜폭탄 주며 수개월 함께 모의… FBI 함정수사 걸려들어 덜미

17일 오전 액션영화 ‘다이하드3’에서 테러리스트들이 지하 금 보관소를 털었던 뉴욕 맨해튼의 뉴욕연방준비은행 리버티가(街)에 밴 차량 한 대가 섰다. 2001년 9·11테러가 있었던 세계무역센터(WTC)와 월스트리트에서 불과 2, 3블록 떨어진 곳이다.

차에서 내린 방글라데시 국적의 콰지 나피스(21·사진)는 얼마쯤 이동해 휴대전화를 열어 연방 버튼을 눌렀다. 휴대전화는 밴 안에 있는 1000파운드(453kg)의 폭탄을 터뜨리기 위한 기폭장치였다.

하지만 폭탄은 터지지 않았고 수개월 동안 함께 테러를 준비했던 동료가 나피스를 체포했다. 동료로 가장한 이는 미 연방수사국(FBI)의 요원이었고 폭탄은 FBI가 터지지 않게 특별 제작한 ‘가짜 폭탄’이었다.

미 주요 언론은 이날 FBI와 뉴욕 검경이 함정수사로 검거한 나피스를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하고 이슬람 테러단체인 알카에다를 지원하려 한 혐의로 뉴욕 브루클린 연방법원에 기소했다고 보도했다.

미 언론은 나피스를 ‘외로운 늑대(Lone wolf)’형 테러리스트라고 분석했다. 어떤 조직에 속하지 않고 허술한 대상을 노리는 단독 테러범을 말한다. 지난해 8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오늘날 미국에는 9·11테러 공격 같은 대규모 테러보다 외로운 늑대형 테러공격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한 연설을 입증한 사건이었다.

공소장에 따르면 나피스는 세계 경제의 중심지인 맨해튼의 뉴욕연방준비은행을 폭파하기 위해 1월 학생비자로 미국에 입국했다. FBI와 뉴욕 검경은 입국 때부터 그를 주시해왔다. 그는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테러를 도와줄 사람을 찾아왔다. FBI의 정보원과 위장 요원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나피스와 접촉해 함정수사에 들어갔다.

위장 요원은 나피스가 요구한 대로 20∼50파운드씩 폭탄을 구해주었지만 실제로는 가짜였다. 나피스는 위장요원에게 “나는 알카에다 해외조직과 연계돼 있지만 이번 테러는 단독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는 테러를 감행하기 전 인근 호텔에 들어가 “우리는 승리를 얻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며 순교할 것이다”라는 영상을 녹화하기도 했다. 나피스는 차량 폭탄테러가 실패하면 ‘자살 폭탄테러’를 가하겠다는 2차 계획을 위장요원에게 털어놓기도 했다.

뉴욕 검경은 나피스를 잡자마자 재판에 넘기는 기민함을 보였지만 그의 테러 동기 및 알카에다와의 실제 연계 여부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이번 검거로 함정수사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으나 메리 갤리건 뉴욕 FBI 책임자는 “테러 기도 행위를 막고 테러범을 잡는 데 매우 유용한 방법”이라고 항변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뉴욕 연방준비은행#폭파시도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