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신용 또 강등… ‘쓰레기 등급’ 직전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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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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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올들어 세번째 낮춰

유럽 내 5위,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인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이 정크본드(투기등급 채권) 직전까지 내몰렸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무제한 지원과 유로존 구제금융기금인 유로안정화기구(ESM) 출범으로 잠잠했던 유로존의 위기에 세계경제의 이목이 다시 쏠리고 있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0일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두 단계 낮춰 투기등급 바로 이전 수준으로 강등했다. 또 신용전망을 ‘부정적’으로 매기면서 스페인 정치권이 정부 개혁안을 지지하지 않거나 유로존이 스페인 조달금리 급등을 막지 못하면 신용등급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등급 강등은 올해 세 번째로 뚜렷한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으면 스페인의 ‘정크 등급’ 추락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S&P는 성명에서 “경기침체로 스페인 정부가 선택할 여지가 줄어들고 있다”며 “실업률 상승과 재정긴축이 사회갈등을 유발하고 마드리드와 다른 지역 간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S&P는 유로존 17개 회원국 모두가 1000억 유로(약 143조3520억 원)에 이를 스페인 금융권 지원에 참여할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스페인의 가장 큰 문제였던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달 28일 이후 줄곧 6%를 밑돌고 있다. 10일 현재 5.82%를 기록했다. 7월 25일 사상 최고인 7.75%까지 치솟았지만 ECB의 재정위기국 국채 무제한 매입 조치 발표와 독일 헌법재판소의 ESM 합헌 판결 이후 안정세를 유지했다.

이 때문에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ECB에 국채 매입을 요구하는 전면 구제금융 요구를 망설여 왔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 등은 “스페인은 은행권 지원을 위한 구제금융 외에 추가지원이 필요 없다”며 스페인을 거들었다.

하지만 S&P의 조치로 상황이 달라졌다. 당장 자금 조달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통화기금(IMF)도 9일 스페인이 올해와 내년 재정적자 감축 목표 달성에 실패할 것이며 경제성장률도 올해 ―1.5%, 내년 ―1.3%로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예상해 스페인 위기에 기름을 끼얹은 상태다.

최근 1년간 스페인 정부는 긴축안만 5차례나 발표했고 최근에는 400억 유로를 절감하는 내년도 예산안까지 발표했다. 하지만 시장의 완전한 신뢰를 얻지 못했다. 실업률은 현재 25.1%(25세 이하 청년실업률은 53.0%)로 유럽 최악이다. 현재 ECB에 구제금융을 요청해 받은 그리스는 24.4%, 이탈리아는 10.7%다. 지방정부 6곳은 중앙정부에 긴급 유동성 자금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카탈루냐 지방정부는 분리독립 투표까지 추진하고 있다. 스페인 적십자사는 10일 치솟는 실업률과 정부의 긴축재정으로 허덕이는 스페인 국민을 돕기 위한 구호기금 모금을 시작했다. 2년간 3000만 유로를 모금해 30만 명을 돕는 것이 목표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10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 외교협회(CFR) 토론회에서 “스페인과 이탈리아 은행에서 대규모 자금인출(뱅크런)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가장 큰 문제는 두 나라 정부가 이를 막을 수단이 없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재앙은 그리스의 부도가 아니라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안전장치(방화벽)를 갖추기 전에 그리스가 무너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이 커지고 결국 시기만이 문제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S&P의 이날 조치는 앞서 스페인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무디스와 눈높이를 맞추는 차원에서 이미 예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스페인이 시장의 요구대로 빨리 구제금융을 신청하면 유럽 위기가 진정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향후 일주일 안에 국채 금리가 얼마나 오를지가 구제금융 신청의 최대 관건이 됐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스페인#유로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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