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군함 센카쿠 접근… 日함정과 대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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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희토류 채굴기업 40% 축소”… 日에 본격 경제보복 가능성 암시
양국 대화통한 해결도 동시모색

중국과 일본이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에 군함을 파견하는 등 군사적 긴장의 수위를 높이는 한편으로 협상과 대화도 동시에 모색해 ‘투 트랙’ 전략 구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강공 드라이브를 거두지 않고 있지만 정면충돌은 피하려는 모양새다. 일본은 예상보다 강경한 중국의 대응에 놀라면서 특사 파견 등 국면 타개 방안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

○ 한 손엔 총칼, 한 손엔 대화

일본 후지TV는 20일 센카쿠 서북쪽 150km 해상에 중국 군함 2척이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중국 군함이 센카쿠 일대에 접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은 20일 현재 센카쿠 해역에 해양감시선과 어업지도선 10척을 파견해 둔 상태다.

일본도 18일부터 센카쿠 해역에 40mm 기관포를 장착한 1000t급 ‘아소’를 비롯해 50척의 순시선을 집중 배치하고 해상 자위대도 인근으로 이동시켰다. 현재 센카쿠 주변 반경 235km 안에는 700여 척의 중국 어선이 조업 중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중국의 7개 군구 가운데 5개 군구가 3급 전투대비태세(총 4개 등급)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또 중국은 센카쿠 주변 해역에 어업감시선을 증강 배치해 상시 순찰하기로 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중국 농업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중앙(CC)TV는 19일 국토자원부가 희토류 채굴 기업을 113개에서 67개로 40% 줄였다고 보도해 2010년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으로 일본을 굴복시켰던 것을 상기시키려는 심리전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의 선전 선동도 조직적으로 계속돼 정부 산하 출판사는 20일부터 센카쿠 열도를 소개한 지도책을 판매했다. 교도통신은 중국 내 일부 반일 시위 참가자들이 100위안(약 1만7000원)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누군가에 의해 조직적으로 동원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중국 지도부의 강경 발언도 계속되고 있다. 벨기에를 방문 중인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19일 교민들과 만나 “일본이 ‘댜오위다오 코미디’를 하고 있다”며 “영토주권 문제에서 절대 물러서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중-일 출구전략 모색하나

하지만 양측이 대화를 통해 국면을 전환하려는 모습도 눈에 띄고 있어 막후 외교적 조율을 시작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는 19일 TV아사히에 출연해 “센카쿠 국유화 의도를 설명하기 위해 중국에 특사를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일본과 소통을 유지하면서 엄중한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20일 밝혔다.

중국은 중-일 국교정상화 40주년 기념식도 당초 계획대로 27일 열기로 일본 측에 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 반일 시위에 대한 일본의 피해배상 요구에 중국이 ‘적절한 처리’를 약속한 점도 양측의 대화 재개 기류를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센카쿠 사태 대응에 대한 일본의 미세한 태도 변화는 더이상 대결 상황으로만 끌고 가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자국 내에서도 외교적 오판론이 고개를 들고 있고 실효 지배하는 센카쿠 문제를 더 증폭시켜서 이로울 게 없다는 것.

중국도 이번에 국제사회에 센카쿠를 분쟁지역으로 인식시키는 데 성공해 더이상의 사태 악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듯하다. 일본 정부가 센카쿠를 국유화하면서 센카쿠 문제를 개인에서 국가 간 처리 대상으로 끌어올렸으며 중국은 이 열도에 영해기선 설정으로 맞대응했다. 중국은 2010년에 이은 이번 센카쿠 사태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군사적으로 충돌하는 것은 권력 교체를 앞둔 중국에도 부담인 데다 일본을 압도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고민도 사태 확산을 꺼리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결국 중국은 센카쿠를 상시분쟁 지역으로 만들어 향후 영유권을 더 강하게 주장할 근거를 마련하고 일본도 적절한 선에서 상황을 정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일본#중국#센카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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