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사회당의 꽃’ 오브리 대표 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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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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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총선 승리 1등공신 좌파 황금시대 이끌어

프랑스 현대 정치사에서 최고의 좌파 황금시대를 꽃피운 1등 공신인 마르틴 오브리 사회당 대표(62·사진)가 15일 물러난다. ‘프랑스판 철의 여인’이라는 그가 2008년 11월 대표직에 오른 지 3년 10개월 만이다.

오브리 대표는 13일 프랑스2 TV 인터뷰에서 “당은 좋은 궤도 위에 있다. 여건이 만들어지면 언제든지 떠나겠다던 약속을 지키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엘리제궁과 협의 끝에 사회당 2인자인 아를렘 데지르 유럽의회 의원을 후임 당대표로 지명했으며 다음 달 말 툴루즈 전당대회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의 전격적인 사퇴 발표 직후 사회당에선 “자신의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고 우아하게 떠난다”(필리프 마르탱 의원)는 극찬이 쏟아졌다.

‘유로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자크 들로르 전 유럽집행위원장의 딸인 오브리 대표는 프랑수아 미테랑 정부에서 노동장관을 하며 주35시간 근로제를 도입해 유명해졌다. 사회당 대표가 된 뒤 전통 좌파 중심으로 당을 재편한 그는 2010년 가을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대통령의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정치권과 노동계 등의 목소리를 결집해 정권 교체의 결정적 기틀을 마련했다. 또 지난해 9월 상원 선거에서 5공화국 출범(1959년) 이후 사회당과 좌파 진영이 처음으로 원내 다수파를 차지하는 데 기여했다.

그는 특히 지난해 최측근이자 유력한 대선주자였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미국 뉴욕에서의 성추문으로 낙마하자 직접 경선에 뛰어들어 막판까지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와 경쟁했다. 경선에서 패배한 그는 주변의 예상을 깨고 올랑드의 당선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전국을 누비며 올랑드의 최대 취약점이던 전통 좌파 세력 결집에 나섰다. 그는 희망했던 총리는 못 됐지만 6월 총선을 앞두고 다시 전국을 돌며 ‘정권을 뒷받침할 강력한 여당’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해 사회당이 사상 최대의 의석을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사회당은 사상 처음으로 올해 엘리제궁과 상하원을 동시에 장악했다. 오브리 대표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릴 시장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오브리 퇴진#철의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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