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과세 반발? 佛 최고 갑부, 벨기에 국적 신청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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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59조원 루이뷔통 회장, 평소 ‘부자 75% 과세’ 반대
파문 커지자 “佛에 계속 납세”

프랑스의 최고 부호인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 그룹 회장(63·사진)이 벨기에 국적을 신청해 프랑스가 충격에 빠졌다.

아르노 회장은 연소득 100만 유로(약 14억3119만 원)가 넘으면 75%를 과세하겠다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슈퍼 과세’ 공약에 강력히 반대해온 재계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아르노 회장은 9일 성명을 내고 “벨기에 국적을 신청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프랑스에서 거주하고 세금도 낼 것이다. 프랑스 국적도 계속 보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벨기에 국적 신청이 세금 문제 때문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아르노 회장의 한 측근은 “아르노 회장이 대규모 벨기에 투자를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프랑스 언론은 아르노 회장이 장마르크 에로 총리를 만나 슈퍼 과세안에 대한 재계의 우려를 전하는 등 사회당 정부의 조세정책에 맞섰던 상징적인 인물이라며 벨기에 국적 신청도 사실상 그런 배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해석했다. 또 국민가수 조니 홀리데이가 막대한 세금 부담을 피하려고 2007년 스위스로 국적을 바꿨을 때보다 더 큰 충격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사실은 벨기에 일간지 라리브르가 이날 “사회당 정부의 높은 증세안에 불만을 가져온 아르노 회장이 벨기에 국적을 신청했다”고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벨기에 법에 따르면 벨기에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선 최소 3년 동안 벨기에에서 거주해야 한다. 아르노 회장은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으나 10여 년 전부터 벨기에에도 주택 1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국적 취득 요건에 부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어를 사용하고 파리에서 가까운 데다 부유세나 부가가치세가 없는 벨기에는 올랑드 정부가 출범한 뒤 프랑스 부자들의 주요 도피처로 부상했다. 스위스 영국도 프랑스 부자들의 주요 도피처로 떠올랐다.

아르노 회장의 벨기에 국적 신청을 두고 프랑스 제1야당인 우파 대중운동연합(UMP) 대표 경선에 나선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는 “올랑드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의 파장이 들불처럼 퍼져 나갈 것”이라며 “세계는 ‘프랑스는 성공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절친인 아르노 회장은 루이뷔통 등 60여 개 브랜드를 거느린 세계 최대 명품기업 LVMH의 주인이다. 지난해 포브스지에 따르면 그의 재산은 410억 달러(약 59조 원)로 프랑스 1위, 세계 4위에 올랐다.

르피가로 등 프랑스 언론은 최근 정부가 슈퍼 과세 공약을 고쳐 “부부가 합쳐 200만 유로 이상 소득에만 75% 과세하고, 부동산과 금융 소득은 제외하고 근로소득에만 과세하며 2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슈퍼과세#벨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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