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러 도약 교두보 ‘두만강 삼각주’를 가다]<하> 北 나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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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무비자 통과… “어딜 가나 중국의 향기”

“진한 중국의 향기가 풍기지 않는 곳이 없다.”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지난달 29일 ‘곳곳이 중국 색깔’이라는 북한 나선시 르포기사에서 이렇게 전했다. 이어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주간신문인 궈지셴취(國際先驅)도보는 31일 “중국인과 러시아 노동자들이 나선특구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나선발 특집기사를 내보냈다.

1991년 경제특구로 지정된 나선시는 중국과 러시아가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개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 일본 서방 언론들도 잇따라 나선의 발전 전망에 대한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최근 지린(吉林) 성 창춘(長春)에서 열린 지린-동북아투자무역박람회에서 북한 측은 나선시 투자유치를 위해 활발한 홍보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달 23일 방문한 중국에서 나선으로 가는 유일한 통로인 훈춘(琿春) 취안허(圈河) 해관에서는 북-중 간의 활발한 교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중국인은 이미 사전에 공안에 신고만 하면 신분증만으로 여권과 비자 없이 나선을 방문할 수 있게 되면서 해관은 사람과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올해 1∼7월 이 해관을 통해 출입국한 사람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5% 증가한 16만3870명이다.

훈춘 시내에서 취안허 해관까지 40km의 왕복 2차로도 생기가 돌았다. 텅 빈 야산자락이던 해관 정문 앞에는 여관과 슈퍼마켓이 최근 생겼다. 작은 버스터미널도 들어섰다. 논 또는 야산인 도로 양편에는 관광객을 위한 음식점이 하나둘 개업하고 있다.

두만강대교가 바라보이는 지점에 올봄부터 마을주민 3명이 망원경을 설치하고 북한 관련 기념품을 파는 가판대도 생겼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나진항과 훈춘을 잇는 총길이 50여 km, 너비 평균 9m의 도로가 이달에 정식 개통될 것이라고 4일 전했다. 이어 나진∼훈춘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두만강에 다리를 신설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고 이 통신은 덧붙였다. 이달 개통하는 도로만으로는 북-중 간에 늘어나는 물동량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훈춘의 한 소식통은 “나진∼훈춘 고속도로와 두만강의 새 다리 건설은 중국이 원하고 있으나 북한이 주저해 못한 것”이라며 “북한 측이 이런 사실을 먼저 공개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 통신은 5일에는 중국의 최대 곡물생산기업인 베이다황(北大荒)그룹이 북한과 합작으로 나선에 ‘나선베이다황 친선 농업회사’를 설립해 면적 약 555만 m²의 농지에 쌀 재배 등 농업시범구를 운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도 최근 ‘개발 가속화되는 나선경제무역지대를 찾아서’라는 제목의 시리즈 기사를 실었다. 나선이 평양 부럽지 않게 탈바꿈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휴대전화 가입자가 나선 인구(약 20만 명)의 10%에 가까운 1만8000여 명이나 되며 인터넷도 개통되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 슈퍼마켓과 공원 복지시설 등이 잇따라 들어서고 나선시 중심에는 4차로 도로가 건설 중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신보는 중국이 늦어도 내년 초 나선에 전기 공급을 시작한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나선에 투자한 외국인 기업이 110여 개로 중국 기업이 대다수라고 전했다.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 언론은 나진항의 현재 1∼3호 부두 중 가장 시설이 좋은 3호 부두를 러시아가 자국 근로자를 보내 개조 중이며 나선과 연해주 하산을 잇는 철도를 개조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중국이 모두 사용하는 나진항 1, 2호 부두는 확장 중이며 4, 5, 6호 부두는 중국이 건설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중국 언론은 나선에서 점차 높아지는 중국의 영향력을 강조하고 있다. 신화통신은 중국인이 비자 없이 갈 수 있는 나선에서는 △위안화가 통용되고 △도로표지판의 한글 밑에 한자가 병기되며 △나선시의 거의 모든 북한인이 중국어를 할 줄 알고 △중국인은 나선에서 어디든 가도 되며 △중국 음식을 파는 식당이 많고 시장에는 중국산 제품 일색이라고 전했다.

훈춘=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중국#나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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