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여자 천광청’은 붙잡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4일 03시 00분


홍콩시위 참가하려던 리구이즈 씨 쓰촨성 은신처서 발각… 다시 감금


중국 시각 및 청각장애인 인권운동가 리구이즈(李桂芝·57·여·사진) 씨가 고향인 허베이(河北) 성의 감금시설을 탈출한 지 보름여 만에 당국에 붙잡혔다.

리 씨는 2일 홍콩 인권단체 관계자와 함께 쓰촨(四川) 성 완위안(万源) 시 은신처에 머물던 중 현지 보안요원에게 체포된 뒤 공안에 의해 허베이 성으로 끌려가 다시 감금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일 전했다. 홍콩 인권단체는 내부 연락 과정에서 은신처가 노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리 씨는 7월 1일 홍콩반환 15주년 기념 시위에 참가하려고 6월 하순 홍콩을 향하던 도중 광둥(廣東) 성에서 체포돼 허베이 성 바오딩(保定) 시로 끌려가 한 호텔방에 감금됐다. 그는 지난달 17일 면회를 온 조카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호텔방을 탈출해 쓰촨 성 은신처로 옮겨 숨어 있었다. 당국이 그의 소재를 파악하고 체포에 나서면서 인권단체 측과 한 시간여 동안 대치하는 상황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인권단체 ‘중국인 인권연맹’의 류웨이핑(劉衛平) 대변인은 “중국에서 정치적 목적에 의한 백색테러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리 씨는 어떤 법률도 위반하지 않았고 리 씨를 구금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비난했다.

리 씨는 2006년 경찰관으로 일하던 아들이 돌연사하고 당국이 가족의 반대에도 시신을 급히 화장해 사건을 서둘러 종결하자 사인 규명에 뛰어들었다. 그는 이 과정에서 10여 차례 구금되고 고문도 당해 눈과 귀가 거의 먼 것으로 전해졌다. 교통사고로 숨졌다는 공안의 주장과 달리 리 씨는 아들이 상관이 마약 거래에 관련됐다는 사실을 안 뒤 살해당했다고 주장해 왔다.

앞서 5월 시각장애인 인권운동가 천광청(陳光誠·41) 씨는 가택연금 중이던 산둥(山東) 성의 자택을 기적같이 탈출해 미국 망명에 성공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리구이즈#시각장애인 인권운동가#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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