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푸틴에 덤빈 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反푸틴 시위 주도한 나발니 목재 빼돌린 혐의로 기소

반(反)푸틴 블로거 알렉세이 나발니 씨(36·사진)가 목재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러시아 야권과 반푸틴 운동가들은 집권 3기를 맞이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언론 및 정치활동 탄압을 강화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지난달 31일 나발니 씨를 2009년 5∼9월 니키타 벨리크 키로프 주 주지사의 고문으로 있으면서 공모자 2명과 함께 1만 m³의 목재를 국영목재회사 키로프레스에서 빼낸 혐의로 기소했다. 연방수사위원회가 밝힌 피해액은 1600만 루블(약 5억5700만 원). 러시아 인테르팍스 등 현지 언론은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 최대 징역 10년형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나발니 씨는 이날 출국금지됐고 현재 가택연금 중이다. 나발니 씨는 “정치적 탄압”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그는 2003년 푸틴에 반대하는 야당에 자금을 지원하다 징역형을 살고 있는 미하일 호도르콥스키 전 유코스 회장과 자신을 비교하며 “그가 석유를 횡령했고 이번에는 내가 목재를 횡령했다는, 이런 말도 안 되는 혐의가 어디 있느냐”며 “1600만 루블은 키로프레스가 문제의 목재를 팔아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도 더 많은 금액”이라며 결백을 주장했다.

나발니 씨에 대한 기소는 집권 3기를 맞는 푸틴 대통령이 반푸틴 세력에 대해 가하는 탄압조치로 분석되고 있다. 당초 나발니 씨는 2009년 키로프레스가 민영회사와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주지사의 고문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계약을 체결했다 130만 루블의 손실을 입힌 혐의로 키로프 주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하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2011년 2월과 올해 5월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하지만 연방수사위원회가 이번에는 목재 횡령 혐의로 그를 기소한 것. 일부에서는 나발니 씨가 알렉산드르 바스트리킨 연방수사위원회 위원장이 체코 영주권을 취득했으며 사업 지분까지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며칠 전 자신의 블로그에 폭로한 뒤 ‘괘씸죄’에 걸린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국무부 패트릭 벤트럴 부대변인은 “정치적인 동기로 다른 의견을 표명하는 사람들을 박해하는 것에 대해 심히 우려한다”고 밝혔다.

나발니 씨는 지난해 푸틴 대통령의 통합러시아당 총선 부정에 항의하며 반푸틴 블로그 활동을 벌이고 거리에서 시위를 벌여 유명해졌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푸틴#反푸틴 시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