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에어컨 끄고 레스토랑 가면 가격할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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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전대란 없는 日 절전 비결

25일 일본 나고야(名古屋) 시 기온은 섭씨 34도를 웃돌았다. 도쿄(東京) 기온도 31도. 7월 중순 들어 폭염이 시작되면서 최근 한 주간 일본에서 3명이 열사병으로 숨지고 5467명이 병원을 찾았다.

에어컨 사용이 늘면서 전력 사용량도 급증했지만 정전 대란은 어디서도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해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대부분 원전이 멈춰서 있는데도 그렇다. 그 배경에는 일본 국민 개개인과 공동체의 일상화된 절전 노력이 있다.

후쿠오카(福岡) 현 후쿠오카 시에 사는 다나카 미에(田中美惠·가명·43·여) 씨는 지난해 4월 전력회사와 40A(암페어)에서 30A로 낮추는 계약을 했다. 이렇게 하면 각종 전기제품을 동시에 사용해 총 전기량이 30A를 넘으면 자동으로 전기가 끊어져 버린다. 다나카 씨는 전력 사용을 자제해 월 전기료를 300엔(약 4400원)가량 할인받을 수 있고, 전력회사는 가정용 예비전력을 줄이는 윈윈 전략이다.

다나카 씨는 전기 절약을 위해 전기량 소모가 큰 청소기(11A)의 사용횟수를 줄였다. 식기세척기(12A)를 사용하는 대신 손으로 하는 설거지를 늘렸다. 냉장고 문을 열면 자주 사용하는 품목들을 한곳에 모아둬 금방 꺼낼 수 있게 했다. 엄마의 모습을 본 중학생과 초등학생 두 아들도 불필요한 조명을 꺼 절전에 동참했다.

가족 전원이 절전을 생활화하면서 30% 정도 전기 사용량을 줄였다. 이로 인해 줄어든 전기료는 할인액을 포함해 월 2000엔에 달했다. 다나카 씨 가족은 지난해 절약한 전기료 1만6000엔을 대지진 피해지역에 기부했다. 현재 일본에선 이러한 ‘암페어 다운’이 캠페인처럼 번지고 있다.

2007년 8월 섭씨 40.9도를 기록해 일본에서 가장 더운 고장으로 유명한 사이타마(埼玉) 현 구마가야(熊谷) 시는 ‘쿨 셰어(Cool Share·시원함 나누기)’ 운동이 한창이다. 한창 더운 오후에 집에 있지 말고 지역 상점에 모여 시원함도 나누고 가정용 에어컨 사용으로 인한 전력 수요도 줄이자는 것이다.

주민들은 ‘쿨 셰어’ 스티커가 붙은 찻집이나 미장원, 레스토랑에 “에어컨을 끄고 왔습니다”라고 말하며 들어서면 가격 할인이나 음료 무료 제공 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미시마=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구마가야=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일본#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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