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돈세탁 경로’ 인정…공식 사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8일 01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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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상원 청문회서 개선방안 보고…준법감시대표 사퇴

유럽 최대은행인 HSBC그룹은 17일(현지시간) 과거 북한과의 거래 및 멕시코 마약조직 불법 돈세탁 통로 제공 등의 혐의를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아이린 도너 HSBC 미국법인 대표는 이날 미 상원 국토안보·정부위원회 조사소위에 출석한 자리에서 "감독 당국과 고객 등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데 깊은 유감과 사과의 뜻을 밝힌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상원이 전날 발표한 '돈세탁 및 테러방지에 대한 미국의 취약성 보고서'에 드러난 혐의에 대해서도 "HSBC의 과거 법규준수 내역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깨끗하게 시인했다.

그러면서 "HSBC는 최근 몇년간의 경험으로 아주 큰 교훈을 얻게 됐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대한 조치를 취했다"면서 개선방안을 보고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HSBC홀딩스의 데이비드 베이글리 준법감시대표도 "HSBC는 일부 중요한 분야에서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은행의 구조는 과거와는 아주 다르다"고 주장했다.

베이글리 준법감시대표는 그러면서 HSBC가 돈세탁 스캔들에 대처할 수 있도록 사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사람이 은행의 준법 감시 책임을 맡을 적절한 때가 됐다"고 말했다.

또한 HSBC가 준법 노력의 일환으로 케이만군도 지점의 계좌 수천개를 폐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공개된 상원 국토안보·정부위원회의 보고서는 HSBC가 대표적 조세피난처인 케이만군도의 지점에서 개설된 계좌들에 대한 감독이 거의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2008년까지 케이만군도 지점의 계좌 자산 규모는 총 21억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이날 상원 의원들은 HSBC의 쇄신 약속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조사위원장을 맡은 칼 레빈 의원은 지난 1993년 HSBC가 준법정신을 강조하는 성명을 발표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과거에도 이같이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HSBC가 자신들이 한 말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무거운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레빈 의원은 지난 1월 HSBC의 수석 법률책임자가 된 스튜어트 레비에게도 질문을 퍼부었다.

레비 법률책임자는 지난 2004~2011년 동안 미 재무부에서 테러 금융정보 담당 차관을 지낸 인물로, 재임 당시 이란과 관련해 HSBC의 위법 여부 조사에 관여했다.

레빈 의원은 특히 HSBC가 미국 및 케이만군도의 법률을 준수했는지 여부와 불법 활동 근절을 위해 내부 정보공유 시스템을 갖출 것인지 여부를 물었다.

이에 레비 법률책임자는 "위험관리를 위해 정보공유를 최대화하는 데 만전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데이비드 코언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을 비롯한 정부당국자와 HSBC 영국 본사 및 미국법인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상원 국토안보·정부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HSBC그룹은 미국의 제재규정을 위반하고 2007년까지 북한과 거래했으며, 지난 7년간 멕시코 마약조직의 돈세탁 통로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HSBC가 감당해야 할 금융적 처벌보다 정치적 위험요소가 더 큰 문제라고 분석했다.

이탈리아 은행 메디오방카의 애널리스트는 "전 세계적으로 정치권이 대형 은행들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는 현 시점에서 HSBC가 당국의 현미경 아래로 들어간 셈"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들은 HSBC가 약 10억달러의 과징금을 물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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