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인? 7인?… 中 차기 상무위원 숫자 보면 권력지도 보인다

  • 동아일보

런민일보, 현 9명 체제 옹호… 태자당-상하이방에 힘 실어줘
홍콩-反中 매체는 “7명 될 것”… 과반 노리는 공청단 의중 담겨

올가을 중국 최고지도부 개편을 앞두고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가 현행 9명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는 기고문을 게재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9명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체제가 중국 정치의 발전을 가져온 원동력’이라는 취지다.

정치국 상무위원이 현 9명에서 7명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런민일보가 현행 체제를 고수하는 듯한 주장을 내놓아 상무위원의 총수와 누가 상무위원에 오를지 등을 놓고 계파 간에 치열한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런민일보는 3일자 해외판 1면에 칭화(淸華)대 공공관리학원 후안강(胡鞍鋼) 교수의 ‘눈부신 10년, 중국 성공의 길은 어디에 있나’라는 글을 실었다. 후 교수는 “중국 사회주의의 이점은 정치국 상임위에 있다”며 “9명으로 구성된 조직은 국가와 군대 등 8대 영도기구를 대표하고 중국 특색의 ‘집단 리더십’을 형성했다”고 평가했다. 또 그는 “이 제도의 특징은 ‘집단’이라는 두 글자에 있다”며 “이런 제도는 중국의 발전과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빌려 “지금처럼 민감한 시기에 당 기관지를 통해 이런 발언이 나왔다는 점에서 후 교수의 기고문에는 중요한 메시지가 들어있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이번 기고문은 일부 최고 지도층의 견해를 반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국 상무위원 수는 시대와 정치 상황에 따라 변화가 많았다. 12, 13차(1982, 1987년) 당대회 때는 6명, 14, 15차(1992, 1997년) 때는 7명이었으며 16차(2002년)부터 9명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상무위원 수는 당내 계파 간 세력 관계에 따라 규모가 변해왔다.

올해 초 보쉰(博訊) 등 해외에 서버를 둔 반중(反中) 매체나 홍콩 언론은 차기 지도부에서는 상임위원 수가 7명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이끄는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의 노림수가 깔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명 체제가 되면 차기 주석과 총리로 유력시되는 시진핑(習近平) 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상무부총리를 뺀 5자리가 남게 된다. 후 주석 재임 10년간 세를 꾸준히 불려온 공청단은 리 부총리를 빼고도 리위안차오(李源潮) 당 조직부장 등 최소 3명을 상무위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공청단은 상무위원회의 과반(7명 중 4명)을 차지하게 된다.

따라서 당의 생각을 대변하는 런민일보가 이번에 내놓은 ‘9인 체제’ 기고문은 보기에 따라서는 태자당과 상하이방 연합체제가 공청단에 맞서 세력 균형을 찾을 수 있는 실마리를 마련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가능하다. 태자당과 상하이방은 9인 체제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태자당으로 상무위원 후보였던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 시 당서기가 비리 등으로 축출돼 태자당의 힘이 많이 빠졌지만 공청단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는 태자당 등과 타협을 통해 균형을 찾아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중국 상무위원#권력지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