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 푸틴 딱딱한 만남 ‘시리아 동상이몽’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 멕시코 G20서 첫 양자회담
오바마 “알아사드 축출 동참하라”… 푸틴 “종파간 충돌 등 대책 먼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 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멕시코 로스카보스에서 만났다. 푸틴이 대통령이 된 후 첫 만남이고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러시아 방문 때 당시 총리였던 푸틴을 만난 이래 두 사람의 두 번째 회동이다.

두 정상은 이날 2시간 가까운 회담에서 시리아와 이란, 북한 문제 등 다양한 현안을 논의했다. 회담의 3분의 1이 시리아 문제에 집중됐다고 한다. 하지만 회담 분위기는 어색하고 냉랭했다. 정상회담에서 흔히 오가는 덕담도 없었다. 2시간 동안이나 되는 회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장에 선 푸틴 대통령은 회담에서 서로 의견 대립이 있었다는 것을 얼굴에서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딱딱한 표정이었다.

이날 회담에 앞서 두 대통령은 준비된 원고를 읽은 뒤 자리에 나란히 앉아 한동안 서로 앞만 쳐다보고 있었다. 취재기자들 앞에서 건네는 덕담이나 사교적인 얘기도 일절 없었다. 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향해 15개월 동안 유혈 폭력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에서 집권세력을 축출하려는 미국과 동맹국의 계획에 동참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이집트와 리비아에서의 권력 이양 과정은 실패작이었다며 오히려 오바마 대통령을 한참 동안 설득하려 했다.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물러날 경우 시리아의 다양한 조직과 인종 그룹 간에 벌어질 수 있는 충돌에 대해 서방국가들은 어떤 신뢰할 만한 계획도 없다고 오히려 오바마 대통령을 압박했다. 회담 내내 푸틴 대통령은 얘기할 때 오바마 대통령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고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고 한다. 백악관 풀 기자는 “두 사람 간의 관계는 냉랭해(frosty) 보였다”고 전했다.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우리는 시리아에서의 폭력사태가 종식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하는 동안 푸틴 대통령은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았으며 입술을 깨물고 바닥을 주시했다.

백악관은 이처럼 어색하고 냉랭한 회담 분위기의 의미를 축소하는 데 급급했다. 마이클 맥폴 주러시아 미국대사는 “두 정상 간의 회담은 진정성이 담겨 있고 마치 비즈니스 회담을 하는 것 같았다”며 “그동안 푸틴 대통령의 회담을 여러 차례 지켜보고 비디오도 봤는데 오늘처럼 행동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푸틴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회담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날 정상회담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러시아가 공격용 헬기를 러시아 선박에 실은 것에 대해 시리아에서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극단적인 행위라고 비난하는 등 긴장상태가 고조되는 가운데 이뤄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재설정(reset)하기 위해 지난달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에 푸틴 대통령을 초청했지만 그는 참석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을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초청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민주당 전당대회와 11월 선거 일정을 이유로 불참을 통보한 상태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오바마#푸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