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천체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은 팔다리를 쓸 수 없어 보조원이 휠체어를 끌면서 그의 몸을 대신한다. 몇 년 전에는 눈동자의 움직임만으로 컴퓨터를 작동하는 기술까지 나왔다. 그러나 중증 사지마비 환자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16일 뉴욕타임스는 미국 브라운대 메디컬센터, 하버드대 등의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팀이 사지마비 환자의 뇌파를 이용해 환자의 생각만으로 로봇팔을 움직이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 결과를 네이처 온라인판에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은 팔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가 침대 옆에 설치된 로봇팔을 쳐다보면서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 로봇팔이 자기 팔처럼 움직여 커피 잔을 입에 가져다 줘 마시게 해주는 것이 실현 가능하다고 밝혔다.
실제 연구팀은 15년 전부터 팔이 마비돼 움직이지 못하는 여성 환자와 5년 전부터 다리를 쓰지 못하는 남성 환자 뇌에 아스피린만 한 크기의 센서 칩을 이식했다. 이 센서는 환자가 자기 팔을 움직이는 상상을 할 때 뇌 세포 수십 개의 전자활동을 포착한 뒤 이 신호를 컴퓨터로 전송한다. 컴퓨터는 이런 신경 신호를 로봇팔을 움직이는 명령으로 전환한다.
연구팀 관계자는 “환자들이 커피를 마시거나 움직이고 싶어 할 때의 뇌파 움직임을 컴퓨터로 저장해 둔 뒤 뇌파 움직임이 나타날 때마다 로봇팔이 해당 동작을 실행하도록 프로그래밍했다”며 “이것이 어느 정도 성과를 보였다”고 뉴욕타임스에 전했다.
실제 실험 대상이 된 여성 환자는 커피 마시는 동작을 6차례 시도해 4차례나 성공시켰다. 브라운대 뇌과학연구소 존 도너휴 소장은 “살아있는 뇌와 로봇팔을 연결한 이번 기술은 신체의 일부 또는 전체가 마비돼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의 재활치료나 인공 수족 개발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에는 또 다른 연구팀이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사는 사지마비 환자가 뇌파를 이용해 로봇팔을 움직여 ‘하이파이브’를 하는 것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추가적인 기술 개발과 비용 인하 등의 문제가 해결된다면 향후 5년 내에 기술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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