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감시단 만났다는 이유로… 시리아軍, 인권운동가 9명 처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휴전안이 발효된 이후에도 유혈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에서 정부군이 유엔 감시단을 만난 인권운동가들을 즉결 처형했다. 수도 다마스쿠스에 본부를 둔 시리아 인권관측소는 “정부군이 분쟁지역인 하마를 방문한 유엔 감시단을 만나고 돌아오던 인권운동가 9명을 경기관총으로 처형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날 하루에만 하마에서 31명이 숨지는 등 시리아 전역에서 60여 명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코피 아난 유엔 아랍연맹(AL) 특사가 제시한 휴전안이 채택된 뒤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은 12일부터 공식적으로 휴전에 들어갔다. 그러나 각지에서 국지전이 발생하고 사상자가 꾸준히 나오면서 정부군이 휴전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시리아에 파견된 휴전 이행 감시단은 총 11명으로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아난 특사 측 대변인은 “시리아 정권은 휴전안을 이행했다고 주장하지만 인공위성 사진 등 믿을 만한 정보에 따르면 아직도 ‘완전히’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감시단이 반군 거점도시인 홈스나 하마를 방문하면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다 감시단이 떠난 직후 정부군의 포격이 시작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감시단과 대화를 나누거나 접촉한 시리아인들은 정부군의 표적이 되고 있다. 한 여성은 지나가는 감시단을 향해 “우리는 지금 도살당하고 있다. 태워지고 찢어지고 있다. 당신들이 진정한 감시단이라면 우리를 살려달라”며 울부짖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이에 따라 감시단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도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서북부 지역인 이들리브는 감시단에 대한 풍자와 냉소로 가득 차 있다고 24일 전했다. 감시단원을 흉내 내 푸른색 베레모와 선글라스를 쓴 학생들이 시각장애인처럼 지팡이로 땅을 두드리며 걷는 모습으로 감시단을 비꼬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흉내를 내던 한 학생은 알자지라TV와의 인터뷰에서 “이 땅에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1일 감시단 규모를 30명에서 300명으로 증원하는 결의안 2043호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지난해 2월부터 14개월간 계속된 시리아 유혈사태로 인한 사망자는 최소 9000명(유엔 추산)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시리아#유혈사태#유엔감시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