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보시라이 제거’ 美-英과 짬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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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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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위층만 알 수 있는 정보 NYT-더타임스 등 보도
“3국 물밑 협력” 추측 무성


두 달 넘게 계속되는 중국의 보시라이(薄熙來) 사태는 주요 고비마다 미국과 영국의 주요 신문이 특종을 터뜨리면서 국면이 전환되어 가는 독특한 진행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 권력 핵심부에서 일부러 정보를 흘려주지 않으면 외국 기자가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깊숙한 내부 정보가 잇따라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내용은 대부분이 보시라이를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것들이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중국 지도부와 영미 언론, 더 나아가 중국과 영미 정부가 정보를 공유하면서 상황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19일 공산당 중앙판공청 명의의 ‘왕리쥔(王立軍) 조사 보고서’가 실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왕리쥔 충칭 시 공안국장이 보시라이 가족의 비리를 적발했다는 것이 보고서의 주요 내용이다. 이 보고서는 보시라이가 충칭 시 당서기에서 해임된 다음 날인 3월 16일 고위 간부들에게만 배포된 것. 이 보도는 이념 다툼의 양상을 띠어 가던 보시라이 문제를 개인비리 문제로 규정지으려는 중국 지도부의 의중에 부합한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내부 보고서’가 외부에 유출된 것은 이례적이다.

이어 월스트리트저널은 영국인 닐 헤이우드 씨가 독살됐을 가능성이 있으며 보시라이의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가 연루돼 있다고 지난달 26일 보도했다. 이로써 보시라이의 비행은 살인 혐의가 핵심인 중범죄로 급속히 확대됐다. 이어 영국 더타임스 등은 헤이우드와 구카이라이의 연인설 등을 집중 조명하면서 보시라이 일가의 방탕한 이면을 들춰냈다.

수사 당국이나 당의 핵심만 알 수 있는 내용이 유출되고 있는 것은 그동안 서방 언론과 중국의 관계가 우호적이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반면 중국 내 주류 언론들은 핵심 정보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보시라이 세력을 견제하려는 다른 계파에서 객관성을 담보한 서방의 유력언론에 관련 내용을 흘리면서 여론을 조성해 나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과 영국 정부의 대응도 중국 지도부의 이해관계와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는 평가다. 왕리쥔은 2월 6일 기밀자료를 들고 청두(成都)의 미국 총영사관에 36시간 머물렀지만 미국은 왕리쥔을 영사관 밖으로 내보냈다. 하지만 미국이 차기 상무위원 후보의 심복이 갖고 온 문건을 과소평가했을 리는 없다는 점에서 이미 미국 측이 핵심 내용을 전달받았으며, 중국 지도부가 원하는 쪽으로 움직이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영국은 헤이우드 사망 이후 석 달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보시라이가 충칭 서기에서 면직되자 헤이우드 사건 재조사를 공식 요구하고 나섰다. 홍콩 밍(明)보는 “미국과 영국이 중국과 암중 협력을 통해 이번 사건을 다루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보시라이#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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