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수치 黨’ 후보 100% 당선

  • 동아일보

집계 끝난 40곳 모두 승리

미얀마 선거관리위원회는 1일 치러진 상·하원 43개구와 지역의회 2개구 등 45개 선거구 보궐선거에서 집계를 마친 40개 선거구 모두 아웅산 수치 여사(사진)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후보가 당선됐다고 3일 발표했다.

NLD가 후보를 낸 나머지 4개 선거구도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NLD 측은 보고 있다. 수치 여사도 옛 수도 양곤의 빈민층 지역인 카우무에서 85%의 높은 득표율로 당선됐다. 상·하원 총의석은 664석이지만 NLD가 후보를 낸 모든 선거구에서 승리한 것은 앞으로 미얀마 정치 일정과 관련해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AP통신은 “이번 선거는 2015년 수치가 대통령직에 나서는 길을 열었다”고 분석했다. 미얀마 대통령은 의회에서 간접선거로 선출되는데 이번 보궐선거 결과를 보면 NLD가 차기 총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015년 총선 때까지 군부가 민주화와 개혁 약속을 지키고 ‘U턴’ 하지 않는 것이 민주화 과정의 큰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얀마 군부는 1990년 총선에서 NLD가 승리하자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군부는 1990년 총선 당시엔 “외국인과 결혼한 사람은 피선거권이 없다”며, 2010년 총선 때는 “전과자는 피선거권이 없다”고 수치 여사의 출마를 봉쇄했다. 아직도 영향력이 큰 군부와 집권여당이 ‘수치 대통령’ 시나리오가 현실로 다가올 경우 또 다른 방해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미얀마가 이번 선거를 계기로 ‘아시아의 은둔국’에서 국제사회로의 복귀를 향한 첫걸음을 내디딤에 따라 민주화가 되돌릴 수 없는 대세로 굳어질 가능성도 기대된다. 약 50년간의 군사독재 체제에서 벗어나고 있는 미얀마가 중국 의존적 외교에서 벗어나면서 미얀마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인도 파키스탄 관계 등 동남아시아 각국 역학 관계에도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약 20년간 지속해온 미얀마에 대한 제재를 완화할 방침이다. EU는 23일 룩셈부르크에서 EU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제재 해제 방안을 논의한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미얀마#영국#N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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