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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뉴욕 공립교 시험볼 때 ‘공룡’‘이혼’ 단어 못써

입력 2012-03-30 03:00업데이트 2012-03-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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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市 교육청 50개 어구 금지
‘집 컴퓨터’‘핼러윈’‘생일’도 “편견-열등감 조장한다” 불허
일각 “논란 단어 사고력 도움”
‘공룡’ ‘수영장이 딸린 집’ ‘생일’ ‘집에 있는 컴퓨터’….

미국 뉴욕 시 공립학교가 출제하는 표준화 시험 문제의 지문에서 쓸 수 없게 된 말들이다. 최근 뉴욕시교육청은 표준화 시험에서 쓸 수 없는 어구 50개를 선정했다. 이 시험은 2001년 제정된 ‘낙제학생방지법(No Child Left Behind Act)’에 따라 시행하는 것으로 영어, 수학, 과학, 사회 등 4과목으로 평가한다. 어느 과목이든 이 같은 어구를 사용한 문제를 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공룡은 진화론의 산물이기 때문에 창조론을 믿는 학생들이 시험을 치를 때 난처할 수 있다는 이유로 금지 목록에 올랐다. 생일은 생일을 기리지 않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의 자녀가 당황하지 않도록 제외됐으며 핼러윈은 이교도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사용이 금지됐다. 경제적인 차이를 부각시키는 말들도 다수 걸렸다. ‘수영장이 딸린 집’은 집에 수영장을 둘 만큼 재력이 없는 학생들에게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금지됐다. ‘집에 있는 컴퓨터’도 역시 집에 개인 컴퓨터가 없는 학생들에게는 경제적 열등감을 줄 수 있다고 시교육청은 설명했다. 다만 ‘공공도서관이나 학교에 있는 컴퓨터’란 어구는 가능하다. 이 컴퓨터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난, 테러, 노예 상태, 전쟁, 무기 등 비극을 연상시키는 부정적인 단어도 금지됐다. 이혼, 질병 같은 단어는 학생이 이혼 가정에서 자라고 있을 수도 있고, 가족이나 친척 중에 병에 걸린 사람이 있으면 시험을 치르면서 불필요하게 좋지 않은 생각을 하게 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 금지됐다.

매슈 미텐탈 교육청 대변인은 “금지목록에 올린 단어들은 다른 상황에서는 얼마든지 쓸 수 있지만 시 전체 공립학교에서 보는 시험에서는 금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조치는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는 도중 어떠한 좋지 않은 감정도 불러일으키지 않고 온전히 시험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려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일부 교육학자들은 시교육청의 결정을 비판하고 있다. 미 컬럼비아대 사범대 교수인 디애나 쿤 교수는 “시교육청의 결정은 ‘과잉반응’”이라며 “표준화 시험의 목적이 학생들의 사고력을 측정하는 것인데 논란이 되는 어구들은 오히려 학생들의 추리력과 비판적 사고를 키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 뉴욕시 교육청, 시험에서 금지한 50개 어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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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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