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측근 앉혀놓고 떠난 살레… 예멘 민주혁명 ‘절반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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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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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면책법안’ 통과되자 “국민에 용서구한다” 방송
美서 치료후 오만 망명할듯… 후임은 하디 부통령 확실시

예멘의 독재자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70·사진)이 34년간의 장기집권에 마침표를 찍고 22일 예멘을 떠나 미국으로 향했다. 이에 따라 튀니지 민주화 혁명의 영향을 받아 지난해 1월 27일 점화돼 2000여 명이 희생된 예멘의 민주화운동은 1년 만에 열매를 맺게 됐다. 하지만 후임 대통령에 살레 대통령의 최측근이 선출될 것으로 예상되며, 살레 대통령과 가족들에게 광범위한 면책특권이 주어짐에 따라 예멘 민주화 투쟁은 미완의 혁명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살레 대통령은 22일 예멘 국영TV에 출연해 “이제 권력을 이양할 시점이 됐다. 만 33년간의 통치 기간 중 부족한 점에 대해 모든 예멘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며 치료를 하러 미국으로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 직후 사나 국제공항 관계자는 대통령 전용기가 예멘을 이미 떠났다고 밝혔다. 살레 대통령은 오만에 들렀다가 뉴욕으로 갈 예정이다.

미 국무부도 이날 살레 대통령에게 비자를 발급한 사실을 확인하며 “그가 의학적 치료를 받는 ‘제한적 기간’에만 미국에 머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반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한 살레 대통령이 미국에서 영구 거주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그의 출국이 일시적 외유인지, 영구 망명이 될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살레 대통령은 “집권여당인 국민의회당의 당수로서 다음 달 21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 이전에 귀국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총리실 소속 한 관계자는 “치료가 끝나면 아들 하미드가 아버지를 위해 마련한 거처에서 머물 것 같다”고 말했다.

살레 대통령의 출국 하루 전인 21일 예멘 의회는 그의 재임 기간 통치행위에 대해 광범위한 면책을 인정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법은 살레 대통령의 가족이 앞으로 짓는 범죄에 대해서만 처벌을 받도록 했다. 또한 가족이 공직을 맡는 데 제한을 받지 않으며 살레 정권의 핵심 인사들도 테러 행위를 제외한 모든 직무수행에 대해 면책을 받도록 했다.

이 법은 대통령 직함을 유지한 채 정치에 개입하려는 살레 대통령을 조기 사퇴시키기 위해 의회가 내놓은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벌써부터 이 법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어 살레 대통령의 처벌을 촉구하는 시위가 예상된다.

한편 예멘 의회는 다음 달 대선에 출마할 원내 모든 정당을 대표하는 후보로 압드라보 만수르 하디 부통령(67)을 21일 지명했다. 국방장관을 역임한 하디 부통령은 1994년 부통령으로 지명된 뒤 18년간 살레 대통령을 보좌해온 최측근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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