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1:지난 11일 아침 이란 수도 테헤란 북부 치자르 구역의 한 주택. 이란의 나탄즈 우라늄 농축시설의 부소장인 화학자 무스타파 아흐마디 로샨(32)은 막 출근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는 참이다. 인근 안가에는 로샨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이스라엘 암살조가 긴장 속에 그를 주시하고 있다.
#장면2:같은 시간 테헤란 중심부에서는 이스라엘 요원들이 이란 정보부의 동향을 관찰하는 중이다. 갑자기 이란 경찰 당국이 수상한 움직임을 포착해 출동하는 교신 내용이 포착됐다. '작전이 노출된 것인가?', 불안이 이들의 뇌리를 스쳤다.
#장면3: 8시가 다 돼 가자 로샨의 경호원이 관용차의 보닛을 열고 점검을 마친 후 운전석에 올랐고 로샨은 뒷좌석에 앉았다. 치자르 구역 안가에 있는 감시조가 로샨이 탄 차량이 출발했음을 알렸다. 경호원이라도 운전 중에는 대처 속도가 느릴 수 밖에 없다. 작전 준비가 끝났다. "출발", 암살조 지휘관의 마지막 명령이 떨어졌다.
#장면4: 8시 20분. 로샨이 탄 은색 푸조405 승용차가 출근길 정체가 심한 골나비가(街)를 지날 무렵 복면을 한 요원 둘이 탄 오토바이가 차량으로 접근했다. 오토바이가 로샨의 차를 스치는 순간 뒷자리에 앉은 요원이 차량에 자석폭탄 형태의 플라스틱 폭탄을 부착한 후 사라졌다. 9초후 폭탄이 터졌고 로샨은 즉사했다.
11일 발생한 이란 핵과학자 암살 주체에 대한 추측이 무성한 가운데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 일요판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 암살조를 배후로 지목하고,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하는 암살작전의 전개 과정을 소개했다.
이 소식통은 당시 이스라엘 요원들이 테헤란의 주요 지점에서 로샨을 목표물로 암살 작전을 벌였다면서 "첩보영화에 나오는 간단한 작전은 몇 달간 정보수집을 거쳐 정예 요원을 투입해 부단한 노력을 한 결과"라고 말했다.
만약 이번 작전이 노출됐다면 요원들은 그 자리에서 자살했을 것이라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
전문가들 역시 이번 공격이 모든 면에서 이스라엘 암살작전의 특징과 일치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지금까지 이란 핵과학자 4명이 암살되고 1명이 다쳤는데, 모두 이스라엘 첩보조직 모사드의 소행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스라엘쪽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사건 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자제를 촉구했지만 네타냐후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다.
1948년 건국 때부터 이스라엘은 국가차원에서 암살을 적극 활용, 해외의 적을 제거하곤 했다. 모사드의 최정예 암살조 카이사레아(가이사랴)는 지난 1997년 요르단에서 팔레스타인 지도자를 암살하려다 발각돼 체포돼 외교적 문제를 일으켰다.
국제적으로 이스라엘의 암살 전략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지만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이 선전포고만 안했을 뿐 '비밀 전쟁'을 치르는 것이며 피해자들은 전쟁의 사상자라고 해석하기도 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 이스라엘 인사는 암살이 전쟁의 대체 수단일 뿐 아니라 공격에 앞서 이란이 핵시설을 재건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사전 조치의 성격도 있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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