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소시’팬도 중동 왕족도… “한국 병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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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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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의료관광시장 “2020년엔 5조원 규모”

2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미(美)한의원. 이틀 전 입국한 대만인 류충린(劉경林·24) 씨와 자오원이(趙文益·27) 씨가 이 한의원 김종권 원장에게 자신들의 피부 상태에 대해 상담을 받았다. 류 씨는 이 병원 방문이 벌써 세 번째다. 아이돌그룹 ‘소녀시대’의 열혈 팬인 류 씨는 올해 중순 우연히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 소개 자료에 나온 병원 정보를 보고 오랜 고민이던 자신의 여드름 피부를 한국에서 치료하기로 마음먹었다. 2차례의 치료 과정에 만족한 류 씨는 친구를 설득해 같이 한국을 찾았다. 의대생인 류 씨는 “한국 연예인들도 한방으로 피부 관리를 한다는 말을 듣고 시술을 받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 병원도 ‘쇼핑’하러 오는 외국인들


한국관광공사가 27일 내놓은 ‘한국의료관광총람 2012’에 따르면 2009년 5월 국내 의료기관도 해외 환자 유치가 가능하도록 의료법이 바뀐 뒤 한국을 찾는 의료관광객 수가 2009년 6만201명에서 지난해 8만1789명, 올해는 전년 대비 30% 이상 늘어난 11만 명으로 조사됐다. 간호를 하기 위해 함께 온 가족까지 더하면 14만3000명에 달한다.

의료관광은 체류 기간이 일반관광보다 길고 지출액이 커 관광업계에서 주목하는 시장이다. 최근 척추수술을 받으러 서울 강남의 한의원을 찾은 한 중동 국가의 왕족은 쇼핑에만 2억 원을 써 화제가 됐다. 관광공사는 병원비를 비롯해 관광비용, 동반 가족의 소비까지 감안하면 올 한 해 의료관광으로 얻은 수입이 3558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관광객 1인당 평균 249만 원을 쓴 셈이다.

진수남 관광공사 의료관광사업단장은 “최근 일본 중국을 중심으로 ‘휴식’을 위해 한국을 찾는 의료관광객이 늘고 있다”며 “휴양과 미용을 결합한 의료서비스는 고가(高價)라 의료관광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액은 2015년 1조2740억 원, 2020년 5조5101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미용뿐 아니라 암 환자도 한국 찾아


한국을 찾는 의료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병원은 피부과나 성형외과다. 하지만 최근에는 러시아나 중동, 호주 등지에서 암, 심장병, 척추질환 환자들도 많이 오고 있다. 10월 중순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 순천향대 부천병원 암병동에서 기자와 만난 러시아인 타볼로프 세르게이 씨(44)는 9월 한국에 입국할 당시 대장암 말기 환자였다. ‘정보기술(IT)이 뛰어난 한국이 암도 잘 고친다’는 주위의 말을 듣고 홀로 한국을 찾았다. 한 달간의 항암치료를 성공적으로 받은 세르게이 씨는 서울 시내 백화점을 찾아 가족 선물을 사고 10월 말 러시아로 돌아갔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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