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민방송원’ 이춘희, TV에서 사라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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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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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보도 전담 아나운서50일 넘도록 화면에 안나와… 은퇴했거나 숙청 가능성

“남조선 괴뢰들이 조국의 영해를 0.001mm라도 침범하면….”

연평도 포격 도발 등 주요 사건 때마다 분홍 저고리를 입고 나와 독특한 억양과 호전적인 목소리로 뉴스를 읽어 내려가던 북한의 여성 간판 아나운서 이춘희 씨(68·사진)가 50일 넘게 TV 화면에서 사라졌다고 교도통신이 라디오프레스(RP)를 인용해 12일 보도했다. RP는 일본의 공산권 TV 및 라디오 청취 전문 통신사다.

이 통신에 따르면 이 씨는 10월 19일 밤 정시뉴스에서 러시아 ‘타스통신’의 서면 인터뷰에 대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회답 보도를 마지막으로 출연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의 활동은 이후에도 뉴스로 보도되고 있지만 이 씨와 교대로 담당해온 남성 아나운서들이 원고를 읽고 있다.

‘인민방송원’ ‘노동영웅’ 등의 칭호를 갖고 주로 김 위원장 관련 보도를 전담해온 이 씨가 이처럼 오랫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이 통신은 전했다. 이 씨는 2008년 3월에 한 달가량 출연하지 않은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김 위원장 관련 보도 자체가 거의 없었다. 따라서 이번은 이전과는 상황이 다른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이 씨가 숙청됐거나 질병으로 은퇴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총련계 조선신보는 1996년 이 씨가 북한 주민들 사이에 ‘춘희 방송원’으로 친근하게 불리고 TV를 켜면 안 보이는 날이 없을 정도로 자주 등장하는 ‘인민방송원’이라고 소개했다. 이 씨는 당시 인터뷰에서 자신의 독특한 화술에 대해 “방송할 때 가장 유의하는 것은 보도 성격에 따라 억양과 소리빛깔, 화술방법을 바꾸는 것”이라며 “원쑤들을 칠 내용과 관련한 보도를 할 때는 증오심을 갖고 어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또 낭독력을 높이기 위해 하루 3시간 이상 신문읽기 훈련을 하며 방송을 시작하기 전에는 원고를 여러 번 읽어 철저히 자기 것으로 만든다고 말했다.

이 씨의 독특한 억양이 유명해지면서 대만에서는 그를 패러디한 오락 프로그램과 인터넷 쇼핑몰 광고영상도 등장했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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