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저항 페루 공산반군 “우리가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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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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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길’ 패배 인정… “정치적 해결 원해” 휴전 제의콜롬비아 반군지도자 피살 등 중남미 게릴라시대 내리막

남미의 대표적인 공산반군으로 1980년 창설돼 1990년대 무장투쟁으로 페루를 혼란에 빠뜨렸던 ‘빛나는 길’이 패배를 인정하고 앞으로 정부군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7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빛나는 길’을 이끄는 두 명의 지도자 중 한 명인 아르테미오는 최근 정글 은신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공산주의 이념을 버리지는 않지만 정부군과의 전쟁은 이제 선택이 될 수 없다”며 “협상을 통한 정치적 해결을 원한다”고 말했다.

중국 마오쩌둥(毛澤東) 사상을 신봉하는 ‘빛나는 길’은 1980년대 농촌 지역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받으며 최고 전성기를 누렸다. 대학교수 출신으로 최고지도자에 오른 아비마엘 구스만은 당시 “공산혁명이 성공하면 지주 등 반혁명 분자 100만 명이 죽어야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알베르토 후지모리 정권(1990∼2000년)이 대대적인 토벌작전에 나서 1992년 최고지도자 구스만이 정부군에 체포되면서 본격적인 내리막길을 걸었다. 페루 정부의 진실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빛나는 길’이 벌인 테러와 정부군의 토벌작전 과정에서 숨진 사람은 약 7만 명에 이른다. 경제적 피해도 250억 달러(약 28조2750억 원)에 이른다고 위원회는 밝혔다.

아르테미오는 ‘1980년에 시작된 공산반군 전쟁이 패배한 것이냐’는 질문에 “맞다. 우리는 이를 부정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그는 “무장투쟁이 아닌 정부와의 휴전 협상을 원한다”며 “적십자사나 종교계가 중재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아르테미오는 다만 “휴전안에는 구스만 석방이 포함되어야 한다”며 “포로들이 석방되면 무기를 내려놓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빛나는 길’은 정부군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아마존 정글지대에서 마약조직과 손을 잡고 은신 중이며 가끔씩 군 및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9월에는 반군이 특수부대가 탑승한 군 헬기를 공격해 장교 2명이 숨졌다.

남미의 또 다른 대표적인 공산반군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은 아직도 정부군과 무장투쟁을 벌이고 있지만 지도자 알폰소 카노가 지난달 정부군에 사살되는 등 세가 약해지고 있다. 20세기 중후반 중남미에서 활개 쳤던 공산반군의 무장투쟁 시대가 차츰 막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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