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연재해 대비 한국에 석유 비축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일본 정부가 부산 등 동해안 지역에 석유를 비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아사히신문이 3일 보도했다.

에너지 확보는 안전보장에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외국에 석유를 비축하는 것은 이례적인 시도로 풀이된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달 한국지식경제부와 한국에 석유를 비축하는 방안을 논의해 우리 정부의 동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별도의 비축기지를 건설할지와 비축 장소, 방법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올해 안에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한국에 석유 비축을 검토하는 것은 동일본 대지진 당시 도로망이 끊겨 석유 공급에 차질을 빚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은 동북지방의 고속도로와 철도 등 운송망이 대거 파손돼 석유제품 공급이 전면 중단됐고 한 달이 넘도록 자동차용 휘발유와 난방용 석유 공급이 제한됐다.

경제산업성의 이번 석유 비축 계획은 일본의 서쪽 지역에 지진 등이 발생했을 때를 가정한 것이다. 태평양 쪽에는 저장시설이 많지만 이곳의 석유를 동해 쪽으로 운송하려면 일본 열도를 가로지르는 산맥을 넘어야 한다. 아예 한국에서 배로 직접 실어 나르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석유 비축 후보지로 항만과 비축시설이 갖춰져 있는 부산이 떠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자국 내의 비축기지에 주로 원유를 저장하고 있어 한국에는 정제하지 않고 바로 쓸 수 있는 석유제품 비축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유업계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한국 정유업체와 미리 계약을 체결해 유사시 석유를 공급받을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는 형태로 석유 비축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일본 석유판매 대기업인 이데미쓰코산과 JX에너지도 최근 한국 기업과 손을 잡고 석유제품 중 하나인 등유를 한국에 비축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정재훈 지경부 에너지자원실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10월 한국석유공사와 일본 석유광물공사가 만나 석유 비축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자고 논의한 바 있고 지난달 한국에서 열린 한일 에너지협의회에서도 이를 검토 어젠다로 다룬 바 있다”며 “그러나 우리 정부가 이를 승인한 사실은 없으며 일본 역시 사용 용지 규모나 기간 등 구체적 사업계획을 제시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