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국판 ‘부유세’라 할 수 있는 ‘버핏세(Buffett Rule)’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9일 백악관에서 이 같은 방안을 포함한 재정적자 감축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 법안은 연간 100만 달러(약 11억 원) 이상을 버는 부유층의 자본소득에 적용되는 실효세율이 적어도 중산층 이상은 되도록 세율 하한선을 정하는 방안이다. 이 법안은 부자증세를 촉구해온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이름을 따서 ‘버핏세’로 불릴 예정이다.
버핏세는 현행 세제와 어떻게 다를까. 미국은 세목이 다양하고 복잡해 여러 세금을 합산한 실효세율과 소득세율 간 차이가 있다. 일반 소득세는 과표 구간을 6개로 나누고 구간별 한계세율(최고세율)을 소득이 적은 쪽부터 10, 15, 25, 28, 33, 35%로 정하고 있다. 중산층의 경우 15% 또는 25% 구간이며 연소득 37만9150달러 초과인 개인 또는 가구주가 최고 구간인 35%에 해당한다.
버핏 회장 같은 거부(巨富)들은 이 최고 구간에 해당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거부들의 소득은 자본소득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고정자산 매각 수입 등 장기 자본소득에 대한 세율은 최고 15%에 그치기 때문이다. 또 사회보장비용을 충당하는 연방세의 경우 연소득 10만6800달러를 넘으면 내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버핏 회장처럼 자본소득이 대부분인 ‘슈퍼부자’들에게 적용되는 세율이 중산층보다 낮은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이다. 버핏 회장이 지난달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지난해 내가 연방정부에 낸 총 소득세 693만8744달러가 많아 보이지만 과세 대상 소득의 17.4%에 불과하다”고 밝힌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이번에 백악관이 마련한 버핏세는 이런 모순을 개선해 연소득 100만 달러가 넘는 부유층에게 적어도 중산층보다는 높은 세율이 적용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그 이하로는 세율을 낮출 수 없는 기준점인 최저세율을 법제화한다. 미 당국자에 따르면 버핏세 해당자는 45만 명 미만으로 추산된다. 2010년 등록된 납세자 1억4400만 명의 0.3%에 불과하다.
버핏세는 재정적자 감축방안으로 추진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구체적인 최저세율을 제시하지 않았다. 또 공화당이 증세에 강력히 반대하는 만큼 버핏세가 법제화될지, 된다면 적자 감축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NYT는 이번 제안이 공화당에 부유층 증세를 수용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의 ‘포퓰리스트’적인 면모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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